자작시

등나무 꽃, 달빛 아래

시인답게 2012. 5. 8. 11:50

 

          (불영 계곡 등나무 꽃 아래의 시객)

 

등나무꽃, 달빛 아래

―5월 광주

 

 

고단한 함성을 허공에 올린다

 

그렁한 육신을 말리며

생채기 난 외침들

포도 알갱이처럼 매달려 있다

이미 견고해진 혈흔들

더는 견디지 못할 침묵에

폐허가 된 이력을 소각한다

달빛 아래 등나무꽃 울던 날

명치끝에 박히는 대못에

함부로 타협한 삶의 표적들.

길 잃은 바람이 눕자

울지도 못하는 새가 되어

광주의 심장을 쪼아대고 있다

낡은 사유의 촉수로

세월의 앞잡이가 된 나,

명멸한 진실에 난사를 당했다

등나무 그늘 아래

자줏빛 함성 카랑하게 필 때

나는 경계 밖으로 끝내, 유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