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대둔산 사모곡 / 김원식
시인답게
2014. 12. 18. 21:00
대둔산 사모곡
김 원 식
‘아따, 인자 내 발로는 못 오것 제’
어머니는 구름다리 운무에 기대
먹먹했던 세월을 혼잣말로 삼켰다
어머니의 사계는 가난이었다
풀 대죽을 쑤던 날에도
한문 지식 몇 톨이 전 재산이던 아버지는
외려, 엄마를 타박하곤 했다
눈물 소금으로 세끼 간을 맞추고
등골 휘도록 품을 팔아 사남매를 키웠다
평생 40kg를 넘겨 본 적 없는 생은
고샅길로 허기진 달빛의 손을 끌며
울먹이는 그림자마저 자식들에겐 감췄다
유일한 슬픔의 비상구였다던 나는,
너무 늦게 엄마의 대둔산을 읽는다
살아서는 다시 못 올 것 같다는 말줄임표로
지천명의 가슴에 회한의 사모곡을 새긴다
짐짓 돌아앉은 마천대도 멀리 운다.
*마천대 : 전북 완주 대둔산 최고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