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당, 공초, 김두한, 그들은 갔어도 그들이 애용했던 청진옥은 남았다.
그 청진옥도 이제 사라진다
◁71년만에 이전하는 청진옥. 일식풍 건물이 이 집의 내력을 말해주고 있다
30일 낯 12시, 청진동길로 들어서자 거리는 흰색와이셔츠 물결이다. 점심시간을 맞아 인근 직장인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들 중 일부가 계속해서 들어서는 그집. 청색간판이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청진옥>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구수한 해장국냄새가 식욕부터 자극한다. 홀에는 벌써부터 해장국 한그릇 비우고 있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 입맛도 변했지만, 오랜 세월 변함없이 청진동골목 초입을 지키면서 해장국의 역사를 이어온 <청진옥>. 하지만 이곳에서 해장국을 먹을 수 있는 시간도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이지역이 재개발되는 관계로 새달(8월) 1일에 인근 빌딩지하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청진옥>이 청진동시대를 마감하는 것은 해장국의 한 역사가 저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니 단순히 해장국의 역사만일까?
힘들고 배고프던 그 시절, 서민들의 삶과 함께 해 왔기에 한 시대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그 시대의 정서가 담겨있는 노포가 사라진다는 게 아쉬워, <청진옥>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비록 술시는 아니지만 착찹한 마음에 막걸리 한잔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기분이다. 내 마음을 아는지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막걸리 한잔을 따라 들이켰다. 오래된 것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막걸리가 목에 걸린다. 깍두기 한 개를 씹었다. 15년전 이 집에 처음 와서 느끼던 그 풍미도 이랬다.
이런 깍두기도 오랫동안 그 맛을 잃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개발만능주의에 빠져 옛것들을 너무 쉽게 내팽개치는 것 같아 씁쓰름하다. 옆자리에선 대여섯명의 직장인이 해장국 한그릇을 후딱 해치우고 일어선다. 청진옥의 해장국은 그저 그런 한끼 점심일 뿐인데, 난 여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좋다. 오늘만큼은 간단하게 먹고 일어설 수 없는 해장국이까.
해장국의 역사가 저문다
△청진동 해장국의 대명사가 된 <청진옥>의 해장국(5,000원). 처녑 등 소내장을 푹고와 된장을 풀어 잡냄새를 잡고, 다시 콩나물과 배추, 선지를 넣고 끓여내는 게 <청진옥> 해장국의 특징이다. 맛은 담백하고 개운하며, 구수하기까지 하다
막걸리 한통이 비워질 때 쯤 만나기로 약속한 지인이 나타난다.
“해장국으로 주문할까요?”
“해장국집에 해장국밖에 더 있습니까?”
주문받으려는 아주머니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해장국 두그릇 주시는데요. 이집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뚝배기에 담아주세요.”
지인을 기다리며 살펴보니 기존에 사용하던 뚝배기와 새 뚝배기를 혼합해 사용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난 이렇게라도 이 집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보고 싶었다. 왠지 새 뚝배기에 담겨진 해장국에서는 그 맛이 안난다.
뚝배기는 닳고 깨진 부분도 있고 해야 제맛이다. 그래서 아쉽다. 새로 이전한 장소에서도 이 맛이 날까? 비록 37년 개업당시부터 사용하던 무쇠솥을 그대로 사용하고, 오래된 뚝배기에 해장국이 나온다고 해서 이 맛이 날까? 왠지 새 뚝배기에 담겨진 해장국 맛이 날것만 같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해장국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육당, 춘원, 공초, 김두한, 임화수가 사랑했던 청진옥, 무수히 많은 민초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청진옥. 그리고 나의 추억이 서려있는 그 집이 사라지고 있다. 낭만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다시는 느낄 수 없는 71년의 맛, 71년의 분위기 청진옥의 해장국
△ 개업때부터 71년동안 사용해온 무쇠가마솥
2008.7.31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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