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스크랩] 속리산 묘봉,상학봉,산행 후기

시인답게 2008. 6. 7. 16:31

 산오름과의 인연이 깊어 가는 것 같습니다

문막 고려 승마장에서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인데, 불행인지는 모르나 어깨가 탈골 돼

갑자기 산행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금요일까지 산행 예약을 해야 됨에도 불구, 사과 반쪽의 배려로 속리산행에 몸을 실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반가운 산 벗들과 함께 ...,

몇 번 가본 적 있는 속리산 문장대를 뒤로 한채 충북 알프스를 오르는 산행 길엔

이팝나무 꽃들이 반겨 주더군요.

어릴적 보릿고개 시절에 밭 둑에 꼭 한그루씩 있었던, 지독하게도 배고픈 시절에 어머님들이

어린 자식들 위해 풍년을 기원하며 치성을 들이던 그 꽃, 나지막히 엄마라고 불러 보았습니다.

 

산은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결코, 아무것도 내어 보이질 않고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는

산의 뒷모습을 보여 주지 않듯 묘봉 산행이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이번 유월 첫 산행은 작은 결심을 하나 베낭에 짊어지고 갔습니다.

그것은 '금연'이란 몹쓸 화두였습니다.

친구인 개그맨 형곤이를 보내고 오던 날 강변 북로에 버렸던 담배와 라이터를 작년 12월,

흔들리는 송년 행사에 다시 피운지 6개월만에  재 시도를 하기위한 산행,

지금 금연 일주일째 사랑을 앗긴 것 보다 더 마음을 흔들어 대지만 견딜만 합니다.

 

암릉이 많은 산은 오래 된 소나무가 많치 않은 것이 일반적인데 참, 기기묘묘한 바위와

금강송의 조화가 참으로 기품있는 산, 품격있는 산의 모습이 마치 뼈대 있는 어느 왕손의

인격과 비슷한 점이 많더군요.

묘봉의 너럭바위와 굽은 소나무의 모습이 오랫동안 회자 될 것 같습니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듯, 더 넓은 그늘을 드리워 새들의 발 길을 불러 들이고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 주는...,

살아 가는 것도 늘 앞만 보지 말고 발은 땅을 딛고 살지래도 눈은 하늘의 구름과 별들을

바라보며 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도 가끔은 누군가의 그늘이 돼 주며 산다는 것도

아름다운 삶일 것 같습니다.

상학봉에 우뚝 서서 바라보는 기암 절벽과 보은 읍내의 정경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자연 앞에서 늘 내가 미물임을 느끼게 하는 산행에서 몽블랑형은 토끼굴 바위를 들어

올리라 하더군요.

뭐 전문 산악인은 허리를 굽히고 기어 갈 수 없다는 거죠.

그러나 신은 산을 오르는 인간에게 큰 가르침을 남기기 위해 천년 고목으로 길을 막고

토끼굴을 통과 하지 않으면 길을 내어 주지 않는 것이겠지요.

농부가 한 해의 농사를 위해 처음으로 하는 행동이 씨앗을 뿌리기 위해 땅을 향해

허리를 굽히듯 늘 하심을 가져라.

자연 앞에서 겸손하라.

뭐 누구나 다 아는 그러나 되바라지기 쉬운 우리네 인간들에게 주는 죽비 같은 것 말이죠.

 

산행 내내 솔 향기 가득 머금은 속가와 이별을 한 산, 천년바위 속리산 자락의 기품처럼

선비의 지조와 격을 잃치 않는 시객으로 살아 가겠노라 몇 번의 다짐을 했습니다.

다소 위험한 암릉과 로프를 타야 했기에 좀 산행 시간이 지체 됐지만,

그래도 개망초와 찔레꽃 퍼질러 앉아 웃고 있는 개울에 발을 담그고 재잘거리는 마음들이

유년의 소꿉장난 시절 시골 냇가를 회억케 해 주었습니다.

소녀같은 설레임으로 취나물을 채취 하던 밤비 누님 발목은 어떠신지.

찔레 꽃 앞에서 오래 시선을 멈추던 르씨엘님 머리를 비우고 득도는 하셨는지..., 

철지난 산 두릅 몇 개를 따서 막걸리 한 잔에 옛 여인의 이름처럼 알싸하게 맴돌던

느티나무 아래에서 산 벗 들과의 정담이 다시 그리워 집니다.

마음이 먼지 같은 날, 다시 꺼내어 보고 싶은 우리님들과 행복한 산행이 수묵화처럼

아련한 그리움으로 오버랩 됩니다.

 

늘 딸랑 하나뿐인 천년 왕손의 싱거운 코메디를 억지 웃음 주시던 왕비 소서노, 그리고 수려한님

오랫만에 뵌 자유인님, 미소년처럼 그윽한 미소 올려 주시던 도도리님 기억에 새겨 봅니다.

오랫만에 뵌 정겨운 나그네 같은 토곡 촌장님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도 미소를 머금어 봅니다.

아, 그리고 임이님 그늘진 마음에 환한 꽃 한송이 올리셨는지요.

허허실실, 과유불급. 즈음에 제 화두를 '금연' 앞에 각인하며

이번엔 소서노에게 약속한 개망초 꽃의 사연과 부족한 시객의 '개망초'란 작품을 올려 드립니다.

 

08년 6월 6일 현충일에 白愛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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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속도 좋다고?

망국초의 설움 안고서

설상화 반상화 지천에

퍼질러 앉아 웃고 있다.

딸년 북망산 길에도

사랑이 진 자리에도

천지간에 질퍽한 소금꽃.

기다림에 하얗게 질려

바람 앞에 엎드려 살아도

자귀나무 꽃 부럽지 않다.

흔한 꽃 함부로 피었다고?

속없는 소리마라.

마음의 키를 낮추고 보면

지천명의 비봉임을 알리라

과유불급過猶不及 !

 

2007년 9월 최종고 백애 김원식

 

*설상화 : 연 자줏빛 흰색 개망초 꽃

*반상화: 노란색 개망초 꽃

*비봉: 개망초의 다른 말

 

(문학세계. 문예지평. 가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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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에 대하여-

 

개망초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아래 들어갔던

1910년 대에 유독 많이 피었다고 합니다.

나라가 망할 때 여기저기 참 많이도 돋아났다고 해서

망할 망(亡)자를 넣어서 개망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밭 농사를 망치는 좋치 않은 ~개자가 붙어

개망초라 하지만 개척 정신이 강하고 겸손한 꽃이며

식용 나물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 입니다 .

다른 식물들과 생존 경쟁을 하지않고 상생을 하기 때문이랍니다.

 

다른이름 개망풀, 왜풀, 설상화,반상화, 비봉

분  포 전국의 산과 들 풀숲 어디나

꽃  색 가운데는 노랗고 꽃잎은 흰색

개화기 5월에서 8월까지

크  기 높이 30 - 100 Cm

용  도 식용

 

북미 대륙이 원산인 귀화 식물입니다. 평지나 언덕을 가리지 않고 두루 피는 식물로,

꽃의 모양이 마치 계란 프라이를 한 것 같아 매우 귀엽고 예쁩니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워낙 번식력이 좋아서 한 번 밭에 퍼지기

시작하면 농사를 다 망친다는 뜻으로 개망초(皆亡草)라고 합니다.

한여름 풀밭에서 시원스레 뻗은 줄기와 그 사이 사이에 촘촘히 난 털과 소담스런 꽃도,

어쩌다 한 번 보는 우리에겐 무척 귀엽지만 날마다 뽑아내야 하는 농부들에겐

치떨리는 풀이 되니, 아름다움의 기준도 인간의 이해득실에 따라 달라지는가 봅니다.

여럿이 모여 핀 것을 멀리서 보면 마치 소금을 뿌려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번 산행 하산 길에 널브러진 개망초, 시골 누이를 닮은 꽃 개망초는

개척자이자 겸손한 꽃이며 또한 식용 나물이기도 합니다.

아침 산책 길, 율동 공원 삼일탑 둔덕에 흐드러진 개망초를 보면서 오늘 하루가 무척

환해질 것 같았습니다.

어제 길을 걷다가 아주머니 한 분이 가로수 나무 아래 꽃나무를 심는 것을 보고 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봄 날, 저문 봄 날에 꽃나무 한 그루를 세상에 심는 마음의 여유, 참 환해 보였습니다

산 벗님들도 마음의 향기 우려내서 꽃 나무 한 그루 심는 하루, 어떨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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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을 제공 해주시는 언제나님과 산 벗들에게 감사를 올리면서 추억을 스크랩한다

 

들머리를 지나 문장대를 등에 업고 산문에 들듯, 산 행을 시작한다. 금연을 되뇌이면서..., 

 지난 한 주의 삶은 어떠했냐며, 행복한 인사를 나누면서...,

 문장대를 뒤로 한채 허공에 문자를 새겨 본다. 솔 향과 시의 향기로..., 죽어 천년을 살 詩를...,

 

 

 묘봉 기암 괴석과 굽은 소나무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나는 소망한다. 더욱 낮은 마음으로 살기를...,

 멀리 문장대를 뒤로 한채..., 언제나님의 작품. 작품명 '다 비우고 가라'

 상학봉에서 세상을 내려다 본다. 미물이로다. 욕심이로다. 비워라, 그런 시객을 회장님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 보고 계신 것일까?  백애 더 수행을 하게나. 이 뭣꼬? 뭐 이런 화두...,

 무엇을 위한 브이일까? 혹 금연 성공 김칫국 세레머니. 밤비님의 롱 다리 포즈에 시객은 배경일뿐이다.

 신의 손으로 빚은 작품같다. 나의 공부가 저 천년바위처럼 견고하여 후일에 저런 시비로 남기를...,

 신이 준 선물, 묘봉 너럭바위 위에서 선남 선녀들의 포즈가 예사롭지 않다. 저 포스 !  저 아우라!

영원하라 산오름이여. 작은 산이 되어라.

 

출처 : 속리산 묘봉,상학봉,산행 후기
글쓴이 : 백애 김원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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