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천상병문학제 귀천문학상 수상자로 김원식 시인, 윤정강 시인, 강신갑
시인으로 선정한다. 김원식 시인의 '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는 구수하고 재미가 있다. 걸직스런 만담을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시
곳곳에서 맛깔이 묻어 난다. 꽃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꽃들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구수한 구어체 문장으로 표출되면서 재미도 있으면서 물 흐르듯 걸림이
없이 자연스럽다. 시속에는 나오는 수많은 꽃들이 나오지만 나열된 느낌이 전혀 없이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꽃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시인의
탁월한 눈과 표현의 힘으로 보여진다. 윤정강 시인의 '꽃잎의 태몽'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낯선 시어들이 묘한 어울림으로 다가오는 시다. 그리움이 먼저인지 사랑의 행위가 먼저인지 아마도 봄비와 꽃잎의 사랑이 먼저일
것 같다. 사랑과 그리움을 일상의 정경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시어들을 툭툭 삽입하여 신선한 느낌을 자아내는 시다. '사랑의
뇌물'이나 '염탐'이란 말이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강신갑 시인의 '여기 왜 왔나'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보거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다.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걷다보면 문득 자신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 자문하는 경우가
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의지에 의해 온 곳인데도 자신이 온 이유를 묻는 참으로 역설적인 표현이 시의 깊은 맛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 때
그 모습을 되씹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화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 분 시인께 귀천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더욱 분발하시어 커다란 족적
남기시기를 기원합니다.
심사위원 ; 최해춘, 류준열 천상병문학제 추진위원장 김선옥
<수상 작품>
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김원식 시인
오메, 징 한 것 세곡동 사거리에 꽃마을이 있는데요 백목련. 자목련은 속곳 벗고 함지박에
들었고요 산수유. 개나리는 하필 왕릉 길에 널브러졌다요 앗따, 그 뿐 아니고요 홍매화 살구꽃은 앞니 훤한 어르신 뜰
앞에서 홍홍홍 웃음을 참느라 짐짓 모른척 키득이고요 첫 햇살로 세안한 연초록의 구애에 나는, 이내 자결한 향기처럼 길을 잃고
말았는데요
인생사 일장춘몽, 연신 혀를 차시던 할매 흰 머리 소년과 화무십일홍에 바람이 나서는 이 잡것들아, 거시기
그래도 봄날, 꽃 사태는 보고 살라 딴청이네요 근디 이건 또 뭐라요 길 모퉁이 저 함초롬한 꽃다지며 민들레꽃 하필 개나리
앞을 까치발로 서성이는 이유며, 자목련 그늘 아래 제 고깔을 뽐내던 제비꽃 뒷 감당 어쩌려고 빛깔로 견주자
깐죽대는지요
이렇게 대책 없는 봄날 영산홍 치마폭을 한사코 들치던 지빠귀들이 봄날의 금침 속으로
날아간 뒤 길을 잃은 저, 바람꽃을 병풍 삼아 작심하고 누워 버렸지요 인자는 님도 몰라요 행여, 제가 그리웁다면 사월의
사거리로 오셔서 한 열흘 곁에 누워 그냥, 꽃 이름도 묻지 마세요 바람의 손으로 꽃잎을 내리는 날까지 꽃동산 난장 아래 사랑도
詩도 잠시 내려놓자고요
꽃잎의 태몽/윤정강 시인
울고 웃던 일이 그리움 되어 멀리 있어도 곁에 있는 듯
늘 빌어보는 무모한 소원은 따사로운 햇살로 내린다.
봄비는 바람 따라 숲으로 떠나와 속절없이
나뒹구는 쓸쓸한 언어와 흔적으로 물든 무채색의 웃음까지도 사랑의 뇌물로 바치는 꽃잎,
기다림의 뒤란에서
침묵하며 배려하는 봄 밤의 몽정처럼 밤하늘을 배회하는 반달의 가슴앓이도 그리움의 이유를 염탐하는 한줌
바람이었을까.
여기 왜 왔나/강신갑 시인
여기 왜 왔나. 은행잎 소복이 쌓이고 고즈넉한 침묵 흐르는
곳 여기 왜 왔나.
하얀 서릿발 스민 달빛에 응시 초점 없이 둘레둘레 발걸음 옮기는 곳 여기 왜
왔나.
흘려들은 말 깨달으며 차이는 마른 풀에 멈춰 서 아쉬움 느끼는 곳 여기 왜 왔나.
함께 남겨
놓은 흔적 혼자 더듬는 사람 외에는 그때 그 모습 고스란한 곳 여기 왜 와 곰곰 되씹고
있나.
시상식은 6월 4일 지리산 중산리 귀천 시비, 천상병 문학제에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