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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미FTA 종합평가와 전망

시인답게 2007. 4. 2. 17:24

한미FTA 종합평가와 전망

심상정 “준비 없이 시작해 퍼주기로 끝나...국민투표로 결정해야”


심상정 의원(국회 한미FTA특위 위원, 민주노동당 한미FTA특위장)은 2일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와 관련 “미국의 요구에 밀려 준비 없이 시작해 ‘미국에 퍼주기’로 끝난 졸속 협상”이라며 “타결내용대로 확정될 경우 한국경제는 미국식 경제모델에 흡수되고, 양극화가 심해질 뿐 아니라 공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특히 농업은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심 의원은 이날 발표한 <한미FTA협상 총괄과 전망>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민경제에 심각한 악영향과 국론분열을 피하려면 협상내용에 대한 관련정보를 전면공개하고 국회 각 상임위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평가를 거쳐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심상정 의원이 2일 발표한 <한미FTA협상 총괄과 전망> 전문.

 


1. 한미 FTA 협상, 왜 시작됐나?


한미FTA는 미국 금융세계화 전략의 자식


국제시장에서 생산력 우위를 점한 나라의 가장 앞선 산업부문은 예외 없이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해온 게 세계사적 경험이다. 오늘의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생산력이 가장 앞선 나라의 가장 앞선 산업부문이 흐름을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금융분야는 다른 모든 나라와 견줘 확고한 우위를 지키고 있는 산업이다. 이 우위는 국민화폐에 지나지 않는 달러가 세계화폐로 기능한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이점은 나른 어떤 나라도 가질 수 없다.


미국은 금융산업의 이점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구해온 바, 그 가운데 하나가 금융세계화 전략이다. 현재 미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FTA도 금융세계화 전략과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금융허브를 만들고 이를 지렛대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제국에 금융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관심을 높다. 미국은 한미FTA가 금융허브전략을 확실히 담보해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직접적 동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불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 기업들의 생산력 둔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 원인을 자기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고 있다. 다시 말해 외국의 불공정무역이 적자폭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대부분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데서 끌어낸 논리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은 한국을 시작으로 대미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들과 FTA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우선 협상국으로 한국을 정한 것은 가장 쉬운 상대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이밖에 대상국을 선정하면서 정치, 안보 요인도 고려했을 것이다. 한미FTA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나 미사일 방어망 구축 계획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즉, 한미FTA 추진으로 경제동조화 등 의존성이 커치면 경제적 관계가 군사적 동맹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블록 탄생을 견제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계산이다.


참여정부, 독자 발전모델 못 만들고 미국모델 수용


한국의 경우 내부개혁에서 실패한 노무현 정부가 미국모델을 마지막 피신처로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외부충격에 의한 내부개혁론’이 바로 그것이다.


참여정부는 국가주도 성장전략의 한계가 IMF 경제위기로 드러난 이후 독자적 발전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참여정부가 무능정권으로 낙인찍힌 가장 큰 이유다. 발전모델을 찾아내지 못한 참여정부의 무능은 미국식 시장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된 데는 이른바 개혁세력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무지와 미국과 재벌 등 거대 권력에 순응하려는 타협주의도 작용했다. 


수출에 사활적 이해가 걸린 재벌들도 한미FTA 추진에 힘을 실었다. ‘삼성 프로젝트’라는 말도 있듯이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삼성재벌이 한미FTA에 가장 큰 이해관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한미FTA는 한미 양국 모두 추진동인이 있었지만 주동인은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주장하듯 우리나라가 먼저 미국을 설득해 한미FTA를 추진했다는 위에서 살펴본 것에 기초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회의자료에도 나와 있듯이 한미FTA는 미국의 위협에 한국 행정부가 굴복하여 시작된 것이다.

 

2. 한미FTA 협상의 성격과 한국의 미래


한미FTA는 ‘경제통합’ 신호탄


한미FTA는 단순히 교역량을 늘리자는 협정이 아니다. 한미FTA에는 우리나라 법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조항이 수없이 들어 있다. 한미FTA 적용범위는 법령, 행정결정, 조례 등을 포괄한다. 일반적 예외와 미래유보가 있기는 하지만 이 모든 조항은 후퇴할 수 없다는 원칙(이른 ‘레쳇’ 조항)에 묶여 있다.


한미FTA 협정은 법률보다 상위의, 사실상 헌법에 준하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내법이야 국내절차를 거쳐 개정할 수 있지만 미국과 이해가 충돌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협정이 상위법의 효력을 갖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은 분쟁절차, 무역보복 등을 통해 국내제도를 강력히 통제할 수 있는데 이는 곧 한미FTA가 경제통합으로 가는 신호탄임을 뜻한다.


생산, 무역 늘어도 소득감소, 양극화 심화


한미FTA는 미국식 경제모델을 수용함을 뜻하며, 일방적 시장주의 경로를 채택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의 법제도가 미국의 그것에 강력히 묶이는 한 독자적 발전경로를 추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독자행보를 추구할 때마다 강력한 쇼크를 대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국의 교역량은 분명히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기관이 예측하듯 한국은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생산도 웬만큼 늘어나겠지만 구조조정으로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총생산(GDP)과 총소득(GNI)의 괴리가 나타난다. 한국은 1997년 경제위기에 따른 개방정책으로 이런 괴리를 경험하고 있는데 한미FTA는 그 괴리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나아가 생산․교역량, 소득이 미국경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회 각 부문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면 대체로 수출 대기업에 유리하고 자영업자, 영세서비스업자, 노동자 등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필연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NAFTA 체결 뒤 멕시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역, 산업, 산업내 기업간 양극화가 격화될 것이다. 대기업 집중, 수도권 집중 현상도 극심해지고, 멕시코에처럼 비정규직은 더욱 양산될 것이다.

 


공공성 약화, 농업몰락, 대미의존도 증가


한미FTA 타결로 공기업 사유화가 추가로 진행될 것이다. 미국자본에도 내국민대우를 인정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공기업을 운영하면 공공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분야는 생산성 격차가 가장 큰 산업인 농업이다. 한미FTA는 한칠레FTA보다 개방 폭이 넓고 깊기 때문에 농업의 피해도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에는 ISD, 비위반제소, 각종 협의와 위원회 등 여러 분쟁사유와 해결절차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 사유와 절차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입씨름으로 결론이 날 사안이 많다. 그 결과 양국의 국민감정이 나빠질 위험이 늘 존재한다.


한미FTA로 양방향 의존도, 특히 한국의 대미의존도가 더 커질 것이다. 중립 또는 친중보다는 친미를 선택한 결과다. 

 

3. 한국사회를 헤집어 놓을 독소조항


네가티브 방식 서비스개방  이 방식의 위험성은 미래에 나타날 서비스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데 있다.


레쳇조항  한미FTA 협정에는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는 레쳇 조항을 포함한다. 이 조항은 오직 자유화(개방)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많은 법의 제정, 개정에서 실수가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법(제도) 제정, 개정이 위출될 수 있다.


투자자-국가 제소권(ISD)  한미FTA의 최대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투자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국제법의 예외로서 협소한 내용이 아니라 국제질서를 뒤집어 투자자의 이해를 강화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간접수용 법리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그 개념이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 분쟁의 위협, 분쟁비용과 패소 위험, 구체적 사안에 대해 신중한 정책결정, 외국자본의 영향력 확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지적재산권과 비위반제소   미국은 자국의 지적재산권 강화로 자국기업이윤 확대와  및 이전수지 개선 효과를 얻기 위해 비위반제소를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 미국은 지적재산권보호를 위해 지적재산 범위 확대, ISD를 통한 비위반제소 등 2중의 안전장치를 두고자 했다. 비위반제소가 도입되면 소비자 이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


각종 위원회   협정문을 구성하는 각 장에는 대부분 위원회, 작업반이 설치돼 있는데 상대국이 요구하면 개최할 예정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해가 많이 걸린 분야는 무역구제 위원회 등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미국의 이해가 걸린 분야다. 위원회의 결정은 객관적인 힘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즉. 보복수단, 보복영향의 차이 등에 따라 결정이 규정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유전자조작식품, 식품첨가제 안전기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 구체적 위생검역 사안이 발생한 경우 위원회는 미국의 이해를 반영하는 통로가 될 공산이 크다.


최혜국 대우(MFN)   최혜국대우를 인정하면 유보로 기재되지 않는 한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 자동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앞으로 전략적 FTA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미국 주정부 적용제외   한미FTA에서 미국 주정부의 법규는 포괄적으로 예외적용하기로 했다. 내국민대우가 아니라 내주민대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쪽의 개방효과는 실질적으로 반감된다. 미국의 복잡한 현지사정에 따라 적용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4. 협상과정의 교훈


한미FTA는 준비 없는 졸속 협상이었다. 그 결과 이미 ‘퍼주기’가 예견됐다. 또한 국민과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비민주적 협상이었다.


이번 협상은 다른 한편으로 예기치 못한 효과를 부르기도 했다. 진보와 보수의 시각이 구체적이고 뚜렷해졌다. 진보진영의 시각분화가 확인되면서 진보대연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여러 부야에서 논쟁을 유발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한국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로 모아졌다.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 등 한국의 미래에 대한 문제의식을 도출했다.

 

 


나아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되새기고, 통상절차 등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성을 공유하는 계가가 됐다. 무역조정지원, 부의 재분배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미국의 협상자세, 당사자의 이해반영 등에서는 학습효과를 낳았다. 또한 거시적 관점에서 한미관계, 미래의 한국-중국 관계를 숙고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5. 전망: 화합을 선택할 것인가, 분열을 선택할 것인가?


한미FTA 토론이 생산적으로 진행될 경우 국민적 의견형성과 표출에 따른 실질적 민주주의 발전의 기회가 되겠지만 정부가 국민기만으로 일관한다면 분열의 영속화와 민주주의 후퇴를 불러올 것이다.


충분한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정보공개와 전문가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관련정보를 최대한 공개해서 국민의 판단을 도와야 한다. 전문가가 폭넓게 참여하고, 정보접근이 허용돼야 한다.


위헌 소지를 판정해야 하고, 국회 상임위별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충분한 검토와 판단기준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물어야 한다.

출처 : 시사
글쓴이 : 국회의원 심상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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