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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창작법 /비유(譬喩)

시인답게 2007. 7. 12. 18:02
비유(譬喩)

 
<시인 김철진>
'프린스턴 시학 사전'에서는 비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일정한 사물(事物)이나 개념(槪念)을 뜻하는 낱말을 이용하여 또 다른 대상이나 개념을 의미(意味)할 수 있도록 언어(言語)를 사용하는 과정, 또는 그 결과이다."

어떻습니까? 이해하시겠습니까?
여러분들은 모두 기본 실력들이 있으시니까 이해를 하실 것 같습니다만, 나는 항상 유명한 저서나 저명한 분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 때마다 가방 끈이 딸려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전을 찾거나 이 책 저 책 뒤적거려 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무슨 소리가 무슨 소린지 모르게 되더군요.
그래서 이 강의안에서는 무식한 내 방식대로 내 생각대로 써 내려갈까 합니다.

'비유'란 쉽게 말해서 '어떤 사물[대상]을 다른 사물[대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더럽고 치사한 놈'(?)이라고 할 때, 그대로 '더럽고 치사한 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개 같은 놈'이라고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란 뜻이지요. 사실 이런 '비유'는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너는 왜 항상 바보[숙맥]처럼 당하고만 사니?', '저 남자 알랑들롱[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처럼 멋있게 생겼지?', '쟤는 클레오파트라[양귀비]보다 더 미인이야.' 등등...... 수 없이 많습니다.
이 때 '너·저 남자·미인'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인 원관념, 즉 위에서 내가 내린 정의의 '어떤 사물'에 해당하며, '바보[숙맥]·알랑들롱[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클레오파트라[양귀비]'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원관념]을 빗대어 표현한 대상[보조관념]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너→바보[숙맥]', '저 남자→아랑드롱[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미인→클레오파트라[양귀비]' 식으로 화살표(→) 뒤의 보조관념을 끌어와 빗대어서 화살표(→) 앞의 원관념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처럼 '비유'란 어떤 사물이나 그 사물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그것 자체로 표현하지 않고 그 사물이나 사물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바탕으로 하여 그것과 같거나 비슷한 다른 사물이나 의미를 유추(類推:미루어 헤아림)하여 표현하는 형식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비유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비유에 사용되는 원관념[표현하려는 대상]과 보조관념[빗대어 표현되는 대상] 사이에 반드시 유추 관계가 성립되어야만 합니다.
즉 서로 다른 이질적인 두 사물 사이에 어떤 유사성(類似性)이 있어야만 비유가 성립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겉으로 볼 때는 전혀 비유가 될 수 있는 유사성이 없는 두 사물 사이에서 유추 관계를 찾아내어 표현했을 때, 그 비유는 가장 성공적인 비유가 되지요.
예를 들자면 청마 유치환의 '깃발'에 나오는 '이것(깃발)은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시구가 성공적인 비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청마 유치환의 '깃발'이란 시를 잠시 볼까요?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이 시에서 '깃발'은 중심 이미지로서 원관념에 해당하며, '아우성'·'손수건'·'순정'·'애수'·'마음' 등의 다섯 개 시어는 보조관념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는 하나의 원관념과 다섯 개의 보조관념이 연결된 은유의 확장된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외형적으로는 전혀 유사성이 없는 '깃발'과 '아우성' 등에서 유추 관계를 찾아내어 표현함으로써 성공적인 비유가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의 비유와 일상 생활에서 쓰는 비유는 서로 다릅니다. 비유면 비유지 또 뭐가 다르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나 다른 것을 난들 어떻게 합니까?
문학 작품에서 사용하는 비유는 일상 생활에서 쓰는 문자가 지니는 사전적 의미의 비유가 아니라 수사학적인 비유로서, 문자의 의미를 초월하여 마음 속의 이미지를 암시하는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비유이지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공부해 가며 이해하기로 합시다.

그럼 비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고교 시절에 다 배워서 종류야 이미 익히들 알고 계시겠지만 복습하는 의미에서 다시 한번 열거해 보도록 하지요.
비유에는 직유와 은유, 의인, 의성과 의태, 풍유, 반어, 제유와 환유 등이 있습니다. '어휴, 많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러나 이밖에도 역설, 중의 등등 더 있습니다. 이런 것이 다 흘러간 유행어처럼 한 교양(敎養) 한다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어찌 되었건 시를 지으려면 피해 갈 수 없는 길이니 부닥쳐 봅시다.

1. 직 유(直喩)

직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이나 의미인 원관념과 빗대어 표현하기 위하여 끌어 온 다른 사물이나 의미인 보조관념을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표현하는 詩의 비유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이 때 사용되는 연결어에는 '~처럼, ~같이, ~마냥, ~보다, ~듯이, ~만큼......' 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처럼, ~같이, ~마냥, ~보다, ~듯이, ~만큼......' 등으로 연결하여 표현한 것은 직유라는 말이지요. 이와같이 'A'처럼 ~한 'B'라고 표현했을 때, 'A'는 견주기 위하여 끌어 온 보조관념이고, B는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이나 의미인 원관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작품 속에서 직유를 찾아볼까요?

"장미(薔薇)꽃처럼 곱게 피여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立春)때 밤은 마른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石榴열매를 쪼기여
홍보석(紅寶石) 같은 알을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透明)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金붕어처럼 어린 녀릿 녀릿한 느낌이여.

정지용의 '석류(石榴)'에서"

여기서 '장미(薔薇)꽃', '홍보석(紅寶石)', '金붕어'는 각각 '숯불', '알', '느낌'이란 원관념을 표현하기 위하여 견주어진 사물인 보조관념에 해당됩니다. 한 수 더 살펴볼까요?

"오늘 아침 마누라와 다투다 보니 지옥과 천당이 따로 없었읍니다. 극락과 지옥이 따로 없었읍니다. 눈에 부엌칼을 들고 손에 따발총을 들고, 날뛰는 붉은 마음, 앞발 뒷발 조금씩 피 흘리며 떨어지는 검은 마음 북극과 열대 같은 도깨비바늘과 옥잠화 같은 지옥과 천당이 있었습니다.
솨아솨아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이 세상사(世上事).

홍희표의 '수어지교(水魚之交)'에서"

부부 싸움을 할 때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북극과 열대', '도깨비바늘과 옥잠화' 같은 '지옥과 천당', '지옥과 극락'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때 '북극'과 '도깨비바늘'은 보조관념으로서 원관념인 '지옥'을, '열대'와 '옥잠화'는 보조관념으로서 원관념인 '천당, 극락'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지요. 이런 것을 직유, 또는 직유법이라고 한다는 것, 여러분들 다 알고 계시지요?
그런데 이 직유도 사물을 선명하게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직유인 기술적 직유와 사물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강의적(强意的) 직유로 나누고, 기술적 직유는 다시 단순 직유와 확대 직유로 구분하는데, 이런 것들은 골치만 아프니까 그냥 지나가기로 합시다. 그럼 이제 은유로 넘어가 볼까요?

2. 은 유(隱喩)

우리는 詩 이야기를 하다 보면 메타포(Metaphor)란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이 메타포가 곧 은유, 또는 암유(暗喩)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은유란 무엇일까요? 은유란 간단히 말해서 'A(보조관념) 같은(처럼, 마냥, 듯이......) B'로 표현되는 직유와는 달리, '내 마음은 호수'라는 표현처럼 'A(원관념)는 B(보조관념)'라는 식으로 표현되는 비유입니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더럽고 치사한 놈'을 가지고 생각해 봅시다.
'너는 더럽고 치사한 놈이다.'라고 하였다면, 이것은 일반 문장의 평범한 진술이 됩니다.
그러나 '너는 개 같은 놈이다.'라고 표현하였다면 이것은 직유가 되지요. 그런데 이렇게 표현하지 않고 '너는 개다.'라고 표현하였다면 이 때는 은유가 됩니다. 아주 쉽지요?
그럼 이 은유를 작품 속에서 찾아보도록 할까요?

"낙엽(落葉)은 포-란드 망명정부(亡命政府)의 지폐(紙幣)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김광균의 '추일 서정(秋日抒情)'에서"

이 시에서는 '낙엽(落葉)'을 '지폐(紙幣)'라고 은유로 표현하였습니다.
왜냐구요? '낙엽'과 '망명정부의 지폐'는 '가치 없는 것', '쓸모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유추 관계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 다른 시의 은유를 찾아볼까요?

"나는 대나무여요
외로운 樂士의 피리가 되기 위해
거센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수많은 칼질에도 베이지 않았어요.

문효치의 '피리'에서"

이 시에서는 '나'를 '대나무'라고 은유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은유란 'A(원관념)=B(보조관념)'로 표현되는 비유의 형식입니다. 별로 어려울 것 없지요? 한 작품만 더 살펴볼까요?

"사랑은 달빛이며
이슬이며 잎새에 이는 바람이다.

이 석의 '사랑'에서"

이 시에서는 원관념인 '사랑'을 '달빛', '이슬', '바람'이라는 세 가지의 보조관념에 빗대어 은유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은밀함을 달빛으로, 사랑의 영롱함, 또는 슬픔을 이슬로, 그리고 사랑의 싱그러움을 '잎새에 이는 바람'으로 표현하고 있지요. 곧 '사랑=달빛이며. 이슬이며, 바람이다.'의 등식이 성립됩니다.

이와 같이 'A(원관념)는 B(보조관념)이다.'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은유를 치환은유라 하고, 'A(원관념)=B(보조관념)'처럼 '~이다'가 없이 표현되는 은유를 병치은유라고 합니다만, 뭐 이런 것들까지 다 기억하려다 보면 詩에 정나미가 뚝 떨어질 테니, 우리는 그 '치환은유'와 '병치은유'란 것은 그냥 그런 은유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잊어버립시다.
이상에서 살펴본 직유와 은유는 詩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비유이니, 다 잊어도 '직유'란 어떤 것이며 '은유'란 어떤 것인지, 이것만은 꼭 기억해 두도록 합시다.


3. 의인(擬人)

'의인'이란 인격이 없는 비인격적인 사물을 인격화하는 비유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아닌 생물이나 무생물에 인격을 불어 넣어 사람처럼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 직접 의인[의인법]이 사용된 작품들을 살펴보기로 하지요.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주요한의 '샘물이 혼자서'에서"

여기서 샘물은 사람이 아닌 무생물이지요. 그런데 시인은 '샘물'이 '춤추며 간다.', '웃으며 간다.'고 사람인 양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의인, 또는 의인법이지요.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나스,
너의 머리는 어느듯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나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김현승의 '플라타나스'에서

이 詩도 식물인 플라타나스에게 인격을 부여하여 '네게 물으면', '너의 머리는',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등 마치 플라타나스가 사람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게 의인입니다.

4. 의성(擬聲)과 의태(擬態)

'의성'은 사물의 소리를 흉내내어 표현하는 비유로서 의성법(擬聲法), 또는 성유법(聲唯法)이라고도 하며, '의태'는 사물의 모양이나, 동작을 흉내내거나 특징을 묘사하여 표현하는 비유로서 의태법(擬態法), 또는 시자법(示姿法)이라고도 합니다.
그럼 작품 속에서 '의성'과 '의태'로 쓰인 표현들을 찾아볼까요?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박두진의 '묘지송(墓地頌)'에서"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에서"

위의 시 '묘지송'에서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은 새 소리를 흉내낸 의성법의 표현이며, '알 수 없어요'의 '구비구비'는 여러 굽이로 굽어진 시내의 모양을 나타낸 의태법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의성'이 단지 사물의 소리를 흉내만 내거나, '의태'가 사물의 모양, 동작, 특징 등을 묘사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지요.
'의성'과 '의태'는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산문적인 많은 설명을 생략하고 그것으로 설명 몇 배의 상징적인 소리의 효과를 거두도록 해야 합니다.

5. 풍유(諷喩)

영어로 '알레고리(Allegory), 알레고리(Allegory)' 하는 것이 '풍유'입니다. 이 '풍유'는 표현하려는 원관념은 숨기고 보조관념만 겉으로 드러내어 원관념에 숨겨진 본래의 의미를 넌지시 암시하는 비유의 한 방법입니다.
'풍유'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이솝우화'나 '동물농장' 등을 들 수 있는데, 이처럼 사회적인 부패상이나 인간의 탐욕 등을 동물이나 무생물에 빗대어 은근히 풍자하고 있는 것이 풍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속담에도 풍유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똥 싼 주제에 매화 타령 한다.', 여드레 삶은 호박에 도래송곳 안 들어갈 말' 같은 속담들은 잠언적 성격을 띤 풍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詩에서는 많이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문학아카데미)에 나온 박제천의 '세 번째 女'를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마음속에 기르고 있는 거북이 한 마리가 잠시 소홀한 틈을 타 바깥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거북아 거북아 아무리 불러들여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기어만 갑니다. 이 놈은 내가 저를 키워 바다로 나가리라 생각한 듯 미리미리 바다를 둘러볼 요량인가 봅니다. 거북아 거북아 제 놈의 생각이 그런 것이라고 알아들을 만큼 이야기해 줘도 막무가내로 성깔을 부리는 저 놈을 어쩔까요 심사가 틀린 저 놈을 다시 불러들이기란 어렵지 않을까요 그러하다면 멋대로 보내 줄 수밖에 없겠지요 거북아 거북아 아직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기엔 너무 어린 거북아 만사는 제 운수 탓이지요."

거북이[마음]가 제 분수도 모르고[너무 어린]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겠다[도통하겠다]고 하는 것으로서 '여자가 가정 밖으로 나가려 하는' 현실을 풍유한 작품입니다.

6. 반어(反語)

'반어'를 영어로 '아이러니(Irony)라고 하는 것은 다 알고 계시지요?
이 '반어'는 실제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표현하는 비유의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자면, 아주 귀엽고 깜찍스럽게 생긴 아이를 보면서 '귀엽고 깜찍스럽다.'고 하지 않고 '깨물어 먹고 싶다.'고 한다든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신 '자기 미워!'라고 하는 표현들이 반어지요.
그럼 이 반어적 표현이 쓰인 시를 읽어보도록 할까요?

"누군가 그럽디다.

ㅡ 詩파는 놈이나
씨파는 년이나
그놈, 그년
아니냐고

...... (중략) ......

빌어먹을 詩

詩팔아 먹어야 할 놈,

어디서 빌어먹고라도
살아 있는지
詩팔놈

???의 '시인질, 10년이면'에서"

이 시는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시를 우연히 읽으면서 詩人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 속에서 오히려 그 반대로 시인의 고고함을 노래했다고 느꼈습니다.
현실에 대한 풍자적인 면도 엿보여 자칫 '풍유'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詩를 팔아 먹어야 살 수 있는' 그런 현실의 시인을 표현하면서 그래도 '詩精神'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그 시인의 고고한 정신을 표현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문덕수 편 '세계문예대사전'의 글을 보면서 '반어' 공부를 마치기로 하지요.

"엄숙한 것을 웃으면서 말하는 데에 유머의 본질이 있다면 똑같이 안팎의 반대 관계가 있다 할지라도 아이러니의 경우엔 부정적인 면을 찌르면서 엄숙한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유머는 부정이 약하고 부드러우나, 아이러니는 그 부정이 날카롭고, 온정이 결여되어 있다. 또 풍자보다는 공격적 파괴성이 약하다."

7. 제유(提喩)와 환유(換喩)

'제유'는 사물의 한 부분으로 그 사물 전체를 표현하거나, 사물의 전체로 그 사물의 부분을 나타내는 비유의 한 방법으로서, 이 때도 원관념을 연상시키는 보조관념을 이용하여 표현하게 됩니다.
우리가 '빵'이라고 하면 '식량'을, '감투'라고 하면 '벼슬'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 때의 '빵'과 '감투'[보조관념]는 바로 '식량'과 '벼슬'[원관념]을 ㅡ부분으로 전체를ㅡ 표현한 제유가 되는 거지요. '백의의 천사' 하면 '간호원'을, '삼천리 금수강산' 하면 '대한민국'을 나타내는 것도 부분으로 전체를 나타내는 제유에 속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모든 눈들은 칠판을 보아라.' 할 것을 '모든 학생들은 칠판을 보아라.'라고 선생님이 말했을 때, 이것은 '모든 학생들'로 '모든 눈들'을 ㅡ전체로 부분을ㅡ 표현한 제유가 되지요.

'환유'는 표현하려는 사물과 관련되는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으로 본래의 대상이나 사물을 표현하는 비유의 한 방법으로서, 원인으로 결과를, 그릇으로 내용물을, 표지로 그 실체를 나타내는 표현 등이 모두 이 환유에 속합니다.
우리가 '왕이 되었다.'는 것을 '왕관을 썼다.'고 하거나, '술 한 잔 하자.'는 것을 '대포 한잔 하자.'고 했을 때, 이 때의 '왕관'은 '왕'을, '대포'는 '술'을 나타내는 환유가 되는 거지요.

이 제유나 환유도 역시 직유나 은유, 의인, 의성과 의태, 풍유, 반어처럼 끝에 '-법'자를 붙여 제유법, 환유법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분류할 필요성은 없다고 봅니다. 문장이 먼저 나오고 문법이 나왔듯이 시가 먼저 나오고 나서 그 표현 방법을 연구하여 이러한 비유와 상징, 그리고 비유의 갈래 등이 나왔으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이 제유와 환유 둘을 합쳐서 일컫는 대유(代喩) 또는 대유법으로만 알고 넘어 가도록 합시다.
그럼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할 때의 '요람'과 '무덤'은 '출생'과 '죽음'의 대유, 또는 대유법이 된다는 것까지만 알면 되지, 다시 이것을 두고 제유니 환유니 하며 필요 없이 머리 아퍼할 이유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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