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모 배우 생일 파티에서 욕심을 부린 탔일까?
마음의 그늘도 깊고, 컨디션도 그렇고 산행은 아예 생각을 접었었다.
늦은 귀가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마음에 너울이 일기 시작했다.
사람이야 내일 만날 수도 있지만, 처처의 산은 만날 때가 따로 있지 않은가?
더구나 우요일의 운무 속 산행을 생각하니 마음의 해일이 일기 시작했다.
떠나자. 일요일 스케줄을 포기했다.
무조건 푸른 이탈을 감행했다.
아무 준비도 없이 허겁지겁 솔내음 모임터로 향했다.
마음의 그늘 더욱 적시려 말없이 떠난 산행 길이지만
오랫만의 회원님들 앞에서는 내심 밝은 표정을 지었는데...,
관동 팔경의 비경을 품고 살아가는 충주호가 있는 제천 가은산.
단양 팔경인 옥순봉, 구담봉 새바위,벼락 맞은 바위, 둥지봉,
운무 속 신비에 취해 님의 사랑조차 잊을 법한 약 7시간의 산행,
그건 여신의 품으로 잦아드는 은밀한 떨림같은 호젓한 관음의 길이었다.
물안개 산자락을 적시고
안개비는 나의 마음을 적시는데
계곡을 날카롭게 적시는 물소리의 비상
나는 나로서 살기에는 너무 작은 미물이어라
자연의 오묘함 속에서 빗 길 산행의 겸손을 배우며
나의 삶의 이중성과 정체성에 채찍을,
게으른 공부와 낙엽처럼 퇴색되어 가는 사랑앞에 죽비를 빗줄기처럼 세차게 가했다
나의 사랑앞에, 솔내음 산행으로 그윽해진 솔향을 그대 품안에 그윽한 향기로 바친다
사랑만이 자연만이 남은 희망이다
사람이 미래라고 말하기엔 나는 너무 때가 많다
이번 산행의 목표는 멍구님 따라잡기였다. 설사에 과음에 마음의 무게에 고행이었다.
웃고 있어도 웬지 억지 스러운 저 모습에 굽은 소나무가 측은지심으로 내려다 보고있다.
언제나처럼 가족같은 솔내음 식구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곧 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짙은 사과향을 서로 나누며..., 빗 속의 풋풋한 정을 나누며...,
저 오만한 '브이' 포즈는 무엇을 의미할까?
보라, 구비구비 돌아 흐르는 저 이내의 충주 호반을..., 묵언만이 겸손이리라.
관동 팔경의 하나인 옥순봉을 배경으로 새바위 앞에서 시인은 그만 넋을 잃었다
시인이여. 이땅의 시인이여! 정녕 그대들은 무엇을 가두려 하는가
저 오묘한 자연 속에 시인의 언어를, 시어를 훨훨 풀어 놓아라. 결코 문자를 가두지 마라.
굽은 소나무가 더 그늘을 넓게 드리우고 선산을 지키는 법, 새들도 더 많이 잦아 들어 우짖으리라
닉은 모르지만 노-개런티로 촬영 해주신 작가(?)분께 감사 드린다
고민의 끝, 회장단에서 하산이 결정된 둥지봉에서 이삭님의 노고로 한 컷.
그러나 고행의 하산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냐. 내가 걷는게 걷는게 아냐'
그럼 뭘꼬? 가은산 정상을 포기한 하산의 고행을 예비한 것일까?
새바위 앞에서 솔내음의 비상을 꿈꾸며,
충주호 건너 옥순봉, 구담봉을 바라보며 대붕처럼 날기를...,
가장 노고가 많으셨던 산악대장(?) 예티님의 촬영.
좌측부터 필자, 언제나 탁트인 가을 하늘 닳은 멍구님, 똑 부러지는 총무 성란님, 언제나 천상 여자같은 하늘님=르씨엘님, 그리고 하마터면 왕족 소서노님, 멋진 포즈처럼 솔내음을 대표하는 회장님,
아, 그리고 이분 해일님(첫 산행의 깊은 추억을 오래 간직하소서) , 뒷줄 우측으로부터 핸섬한 유노님,
더 핸섬한(?) 겸손한 이삭님, 너무 동안이라 화들짝 놀란 몽블랑님,남녀 게스트님(죄송), 그리고 도반이신(?) 무심님, 첫 산행 보리님. 모든 동반자님들 행복한 9월 되시기를 합장 합니다.
나에게 드는 길 찾으러
너에게 드는 법 닦으러
자연 속 처음으로 든다.
산다는 것은 한발 한발
오른 만큼 내려와야 하듯
마음에 산 하나 앉히고 사는 것.
내일은 어쩌면,
나에게로 오는 부고일지도 모른다.
그대여, 오늘 하루는 산처럼 살다가 지자.
07년,9월 4일 늦은 밤. 백애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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