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에게 드리는 고언
나는 시를 모릅니다. 나는 글은 읽을 줄 압니다.
나는 시를 읽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는 시를 읽기 싫습니다. 왜요?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를 읽으면 골치가 아픕니다. 머리가 헛갈립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골돌히 생각 해야만 어렴풋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만 겨우 할 뿐입니다. 그러니 머리로 연구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가슴으로 느낄 수가 없읍니다. 그래서 시를 읽기 싫습니다. 아니 읽을 수가 없읍니다. 소위 현대 시라는 것을 읽으면 거의 다 위와
같습니다. 특히 연초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보통사람들의 이해력으로서는 도저히 접근 할 수 없는 은어와
같은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라는게 은어가 통하는 사람끼리만 교감 할 수 있는 소위 cord의 성찬이란 말입니까?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글을 두고
수작이다 졸작이다 평 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들(?)만이 통하는 별다른 세상이 있는것 같습니다. 은어가 통하는 세상 말입니다. 유식한 세상
말입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 할 수 없는 말, 글 말입니다. 무식한 사람들은 글 읽지 말라는 글 말입니다.
대저 시란
무엇입니까? 나는 무식하니 묻고저 합니다. 물음에 답이 없으니 내가 평 해 볼까요? 평범한 사람이 보는 바람직한 시의 세상 말입니다.
시는
글로서 부르는 노래가 아닌가요? 노래에는 곡조와 가락이 있읍니다. 그리고 화음이 있읍니다. 그것들이 상호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소음이 됩니다.
소음은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시란 읽어서 가슴으로 느끼고 이해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머리로 골돌히 생각 해서 겨우 이해되는 글이라면
감동이 있을 턱이 없읍니다.
기타 독자에게 주는 메세이지 따위는 진부하므로 논외로 합니다. 한데 현대시는 이러한 요소들을 도외시하고
추상적인 표현에만 집착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될 수록 난해한 은유법과 추상적인 표현, 될 수록 보편적인것에서 일탈한 튀는것, 그리고 개성적인
묘사만을 지나치게 추구하여 때로는 아름답지 못한 비틀린 표현까지도 소위 ‘시어’ 라고 하며 극찬하는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끼리 문단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문인과 민중사이를 단절시키는 성벽 쌓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골치 아픈 것을 싫어합니다.그리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의 선택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 그런 머리 깨지는 글을 누가 읽겠습니까? 그리고 민중이 외면하는 시라면 존재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시도 이제는 좀 더 민중에게 다가가는 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것을 무시하면 시인들은 점점 더 있을곳이 없어집니다.
아니 진작부터 시인들은 (아주 유명한 시인이라 하드라도) 시만 써가지고는 밥을 먹기 힘들다고 공공연히 말 하고 있습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해가 갈수록 시인과 일반인들 사이에는 점점 더 높은 성이 쌓여 질 것이고 성터는 좁아 질 것입니다. 그 좁은 성 안에서 아무리 은어로
소리 쳐 봐야 성 밖에서는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들려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시를 써 주십시요.
읽기 쉬운
시를 써 주십시요.
읽고 알기 쉬울 뿐만 아니라 깊은 뜻을 담아 주십시요.
민중에게 슬픔의 눈물 기쁨의 눈물 흘리게 하여
주십시요.
부유한 민중에겐 귀감을, 가난한 민중에겐 카타르시스를 주는 감동적인 시를 써 주십시요.
그래서 모든사람들의 주머니에 시집
한권씩이라도 항상 함께 할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요.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우리언어는 같은 빨간 색을 가지고도 수십가지로 다르게
표현 할 수 있는 우수한 언어를 가지고 있읍니다. 시인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축복입니다. 시야말로 우리 언어에 가장 부합하는 학문이라 믿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딱딱한 서양식 표현법에 물 들어 아름다운 우리식 표현법이 배척 당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앞에서도 말 했지만
나는 문학에 문자도 모르는 몰락한 장사칩니다. 그러니 어찌보면 시를 평함에 있어 무식하긴 하나 누구보다 진솔하다고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를 읽고 싶어 하는 보통사람의 투정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현
우리나라 시인들의 의식 전환이 있지 않고는 향후 모든 시인들은 더욱 더 어려운 환경에 처 해 질것이라는점입니다.
이것이 경고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 일까요?
시인 여러분들이 풀어야 할 과제이자 화두입니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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