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정부중앙배드민턴클럽>님들의 카페에서
겨울 들녘에 서서 /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 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출처 : 시와 비평
글쓴이 : 심은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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