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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겨울 들녘에 서서 /오세영

시인답게 2009. 2. 11. 09:40

 

사진<의정부중앙배드민턴클럽>님들의 카페에서

 

 

울 들녘에 서서 /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 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출처 : 시와 비평
글쓴이 : 심은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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