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토요일 새벽 다섯시 반,
두시간도 채 수면을 이루지 못하고 네 시간을 넘게 버스를 타고
영암 월출산 입구에 도착 했다.
누가 하라고 하면 이런 악조건 하에서는 산행을 못한다 하련만,
입구에서 바라다 보이는 월출산의 장관에 마음이 먼저 산에 오른다.
늦가을 단풍의 환영을 받으며 암릉의 위용 속으로 빠져 들고 싶음이다.
천왕봉에서 발아래 나주 영암 들녘을 바라보며,
진정한 남아로서의 호연지기를 쌓아 저 늠름한 바위처럼 시객도,
땀의 대가로 천년바위에 파종할 시의 씨앗 한 알 얻고 싶어 월출산에 오른다.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봄.
시객이 김기덕 감독과 함께 제작한 영화의 타이틀이다.
인생의 사계처럼
산의 사계는 우리에게 늘 신비스런 의문부호를 선사한다.
기암괴석들의 거대한 웅비,
천태만상의 암석들이 내 뿜는 호연지기.
만추의 월출산은 그렇게 묵언의 길을 내어 주고 있었다.
산의 은유란 이런 것일까?
저잣거리의 세인들에게 침묵으로 내리는 일갈,
천왕봉을 오르는 가을 산행 길에서
시객은 너무 늦게 찾아든 것이 사뭇 후회 스러웠다.
물론 겨울 월출산의 비경은 이미 경험한바 있지만
억새 웃음소리 처연한 가을 산행은 고답적인 풍경이었다.
생애에 또 몇 번을 오를 수 있을까?
산악회라는 고운 마음 하나로
생의 한 페이지를 함께 수 놓은 아름다운 동행에 감사를 드린다.
살아가는 동안 저 월출산 무언의 바위를 닮고 싶다.
침묵이 때로는 함성이리라.
천왕봉에서 선물받은 시어 몇개를 조합하여
시의 옷을 압혀 보았다.
2010년 11월 27일 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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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천년바위가 되어
나, 오지게 바람나고 싶다
울울창창 찬란한 바위 섶
견고한 직벽의 품에 안겨
흥건한 정사를 나누고 싶다.
세속간의 삶 쯤 짐짓 모른척,
가을을 밀고 가는 단풍 속에서
한 시절 사랑을 하리고 싶다.
행여, 구정봉에
우물 하나 더 패이거든
내 뜨거운 사랑의 흔적인 줄 알라.
이제사 대장부를 만났으니
그대 사랑의 천년바위 되어
천왕봉을 받들고 수수천년을 살리라.
*하리다: 마음껏 사치하다.
2010년 11월 20일 白愛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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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한 마음으로 올라야 할 등산 코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담고 있는가?)
(들머리에서 바라 본 월출산 전경/ 천왕봉은 저 암릉 뒤에 우뚝 솟아 있다.)
(들머리에서 남부 산악회 인증 샷)
(이 구비진 바윗길을 오르고 또 오르며, 세상사와 너무도 닮은 산행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나 온 길의 배경으로 우뚝 선 바위의 위용)
(영암 가을 들녘을 배경으로 잠시 한담을 나누며 휴식 중)
(이제 구름 다리를 오릅니다. 발 아래 풍경이 정말 압권입니다. 비경입니다.)
(마음이 천상 선비같은 아로마 대장과 추억을 새깁니다. 저 출렁교를 배경으로)
(지나 온 길을 뒤돌아 봅니다. 모든 것이 그져 놀랍기만 합니다. 저 장엄한 기상이...,)
(원래만고님과 남녁의 들판을 내려다 보며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연은 그저 위대한 스승일뿐 입니다.)
(드디어 영웅호걸 대장부의 산, 월출산 정상에 섰습니다)
(갑장인 친구 다솜지기와 아름다운 우정을 천왕봉에 새깁니다)
(구정봉 장군바윗 길을 오릅니다. 국보 마애 여래상 앞에서 합장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싶습니다.)
(장군 바위 구정봉 길목에서 길의 배경을 함께 간직 하고 있습니다
(잠시 지나온 길을 바라 보고 있습니다.)
(억새 섶에서 잠시 바람에 흔들려 봅니다)
(도갑사에서 갑장인 바리대장과 다솜지기와 지천명의 인연을 맺습니다)
(하산 길 마지막 선홍의 단풍이 피로를 말끔이 가시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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