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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 일간 경기 기사

시인답게 2010. 12. 7. 21:40

     
나의 시, 직접 낭송하고 녹음한다
김춘경, 최은주 시인 선두주자로 발돋움
2010년 01월 28일 (목) 11:55:12 연세영 문화부장 pakos@hanmail.net

시는 읽기만 해야 하는가? 최근 듣고 보는 시가 인기를 얻고 있다. 들어서 기분좋은 낭송시다. 낭송시는 이제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인이 직접 낭송한다. 책속에 갇혀 있는 시어를 멀티미디어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낭송을 보급하는 시인들과 낭송가의 삶을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KBS-1TV <낭독의 발견>.인쇄매체와 달리 낭독과 낭송은  다른 색깔과 맛을 준다.
낭송시가 뜨고 있다. 인쇄물로 나오는  시집 류의 독자군이 줄어들면서 시청각을 이용한 미디어물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시 관련, 낭송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주로 했다. 그러나 최근엔 낭송애호가들이 생겨날 만큼 수효는 점점 늘고 있다. 시 전문사이트 시마을(www.feelpoem.com)에서는 ‘낭송시’ 코너를 만들어놓고 하루에 1편씩 올리게 하고 있다. 한 사람이 몇 편씩 올리면 과부하가 생기고 형평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낭송이 좋은 것은 무엇보다 현장감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인이 직접 낭송하기 때문에 시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는 평을 얻고 있다. 시마을에서 낭송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은 대략 5백여 명 수준. 다녀가는 사람만 6천여 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공 김춘경 시인의 경우 한번 낭송시를 올리면  1천회 이상 조회되고 있다. 이곳에서 낭송하고 있는 문인은 고은영, 인상욱, 남경, 고은하, 이화영, 김정곤, 이혜선, 박희자 등 다수.

최근 시 공부를 앞세우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소로문학골( www.soro.or.kr)에서도 낭송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낭송인은 최은주, 정설연, 박선민, 설연화, 홍명희 시인 등이다. 최은주 시인은 "시낭송의 매력은 무엇보다 현장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를 쓴 본인이 직접 낭송으로 재창출될 때 느끼는 감동이 크다는 것.

 “낭송은 시를 쓰는 것, 시를 말하는 것, 시를 보는 것, 이 세가지를 충족하고 있어요. 음악과 영상과 목소리와 시가 결부될 때 새로운 의미의 시가 탄생된다고 보면 됩니다. 운율은 사람의 목소리에 따라 달라져요. 인품과 정서가 묻어나오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를 각기 다른 낭송가에게 맡겨도 느낌은 또 달라집니다. 그만큼 시에 있어 낭송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최 시인이 본격적으로 낭송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7년 전. 우연한 기회에 시낭송 프로그램을 선물 받게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시낭송이 아직까지 대중화 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업으로 삼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시낭송은 보기와는 달리 많은 공정작업이 들어갑니다. 낭송가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구요. 음악저작권료도 지불해야 하고 녹음실도 빌려야하고 세밀한 편집을 해야 합니다. 공 들여야 한 편이 탄생되는 만큼 시를 주시는 분도 선별해서 주셔야 낭송을 아름답게 꾸밉니다. 특히 직업으로 삼겠다면 인내와 노력의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듣기는 편하지만  제작할때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시를 낭송가에게 맡길때는 자신의 시가 운율에 잘 맞는지, 좋은 시어를 썼는지 살펴봐달라고 주문한다. 배경음악과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리듬과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

“낭송을 녹음하기 전 서너 번 쯤 자신의 시를 큰소리로 읽어봐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시를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어요. 소리내서 읽은 후 어색하다면 낭송하기 좋게 다듬어줘야 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시는 저절로 품격있는 시로 변모한다고 한다.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제대로 된 ‘낭송시’가 나온다는 말이다. 시마을의 김춘경 시인은 지난 96년 전국시낭송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낭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시를 직접 녹음한다. 낭송인 생활도 무려 15년이 넘는다. 낭송시를 알리는데 온 힘을 투자했다. 낭송 음반도 여러 장이다.

 

   
▲ 김춘경 시인(사진 좌)의 낭송은 시의 행간까지 표현할 만큼 호소력 짙다. 낭송의 베테랑인 최은주 시인(사진 우) 도 정확한 발음과 시에 대한 전달력이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대학 때 피아노과를 졸업한 뒤 시와 음악을 접목해보기로 했다. 그렇게해서 탄생된 것이 낭송이었다. 이후 그녀는 세계시낭송협회 수석부회장, 자문위원을 거치면서 ‘낭송시’ 보급에 앞장섰다. 그의 낭송시 사랑은 동료들간 우애를 봐도 알 수 있다.

그녀는 지난 해 시마을 송년행사때 자신의 낭송음반을 기증하기도 했다. 본인의 시간과 시와 금전적인 부분을 동료시인들과 함께 나눈 것이다. 또한 그녀는 대전에서 시인을 위한 낭송의 밤 행사를 주관하는 등 만능엔터테이너로서의 입지도 굳히고 있다. 같은 사이트 고은영 시인은 본인 외에도 다른 낭송시 중 괜찮은 시가 있으면 편집까지 해서 낭송방에 올린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낭송시 중 수작이 있을 경우 직접 올려준다는 얘기다. 고 시인의 경우는 영상과 그림 편집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낭송 외에 필요한 미적 아름다움을 첨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효영 문화평론가는 “낭송시는 시를 읽지 않는 독자들을 이끌어내는데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형화 되어있는 언어를 시인의 상상력을 가미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장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시인만 10만여 명. 개인, 단체, 인터넷 문학사이트까지 합하면 국내 시인들의 인원은 30만 명 이상 넘게 추산된다. 낭송가들의 원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인은 시로 삶을 얘기한다. 이야기는 다시 낭송시로 변모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희로애락을 선사한다. 낭송을 통해 새로운 문학장르를 펼치고 있는 시낭송가들. 이들의 삶이 아름답다.

 연세영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