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

[스크랩] (낭송시)우리는 한 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류시화

시인답게 2007. 4. 4. 16:28
            우리는 한 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시/류시화 낭송/최은주 우리는 한 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 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깨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영원히 그렇게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 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출처 : 얼음을 만들자-白川 최은주
글쓴이 : 얼음공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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