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암,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김원식
낭송/최은주
첫 햇살로 빚은
햇무리 같은 그런 사람
하얀 목련 속살처럼
서럽게도 고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
그가 곁에 없어도
라일락 향기 죄 풀어
바람에 실려 보내 주고,
내 곁에 있을 때면
되려, 나의 향기가 되어
다소곤이 들어앉아 내 전부인 사람.
그런 사람,
차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살다보면
지는 봄처럼 서러운 날 있습니다
그렇게는 서럽고 쓸쓸한 날
단 한번도 마다하지 않고
내 경계 안에 중심이 되어 주는 사람
술잔에 스러진 옹이진 슬픔도
젊은 날의 생채기로 금이 간 추억도
더는,
혼절한 이별까지도 품어
외려 마알간 미소 그윽한, 그런 사람.
그런 사람
차암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있습니다
사랑하다보면
이별의 때를 홀로 예고해 보는 일
더러 있습니다
흐르는 시냇물처럼
사랑해야할 은밀한 사람임에도
내 사랑은 이미 바다가 되었습니다
흥건한 사랑 뒤에
한사코 고개를 드는 이별.
그 남루한 이별의 그늘에
이룰 수 없는 사랑 끝내, 있습니다
낙화처럼 해야 할 사랑이 있습니다
참 사랑하는 사람,
숙명으로 섬겨야 할 사랑이 있습니다
나 그대,
은밀한 사랑의 화석이 되었습니다
죽음까지도 던졌던 이별,
그 숯 검정이까지도 사르던 사랑쯤
그대에게는 결코, 견주지 않겠습니다
내가 참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대 사랑의 신화이고 싶습니다
가까운 날, 그대의 눈물로 지드래도
작금의 사랑으로 뜨겁게 벙글 어서는
사랑 앞에 당당하게 산화 하겠습니다
오늘쯤만 산다하여도
차암 사랑하는 사람, 내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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