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0 시, 구례 오산 무박 산행을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섬진강 물을 마시는 자라 형상을 하였다 하는 오산 산행이 목적 이었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과 쌍계사 벚 꽃 길이며 매화, 산수유 흐드러진
봄 산행에 피곤한 육신을 맡기고저 했음을 부인 하지는 못하겠다.
아침 여섯시, 발 아래 섬진강 줄기를 따라 오르는 산행이 시작 되었고
이내 일행은 사성암에 도착 하였다.
지리산 노고단과 반야봉, 천왕봉을 어깨동무하고 섬진강 물위를 걸으며 오른 사성암,
신라 4대 대사가 수행을 하였다하여 붙여진 사성암은 절벽에 제비집처럼 지어져
가람 뒷편 절벽 바위에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관음상과 세한도를 연상 시키는
진달래 꽃잎들이 떠 바치고 있는 소나무가 장관 이었다.
진달래 섶을 따라 옛 사랑을 회억 하면서 내려오는 가파른 하산길,
잠시 다리에 쥐가 와서 힘든 하산이었지만,
청계산 홀딱새의 암수 울믐 소리가 새이름이 되었다는 몽블랑 형님의 해학과
봄 계곡에 발을 담그고 난 후, 시골 할머니의 토종닭과 할머니의 손 맛이 베어있는
김치 맛에 이내 피로는 가셨다.
구례 화엄사 가는 길,
벚 꽃 터널에서 꽃비를 맡으며 젊은 날의 한 시절 아련한 이름들을 호명하며
이름모를 서러움이 밀려왔다. 서럽게는 아름다워서...,
오랫만에 화엄사에 들려 채, 꽃 봉오리를 내려 놓치 못한 동백꽃 섶을 오르며
한사코 울부짖는 동박새의 그리움을 헤아려 보았다.
홍매화가 너무 붉어 검은 빛깔을 띄어 흑매화라 불리는 관음 도량앞에서 한참을
머물러 속가의 때를 씻었다.
뒤돌아 보면, 지리산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섬진강물에 때낀 마음을 헹구고
화엄사 도량에서 올린 삼배가 나의 허물을 감추지는 못하겠지만 눈부신 봄 날,
서럽게 아름다운 이 화창한 봄 날,
시객은 또아리 튼 마음을 감추고 밖으로 허허실실 이 봄 날을 가없는 그리움으로
꽃 향 속을, 꽃의 마음 속을 운수납자처럼 수행 한 것 같다.
가만 있어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봄 날,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도 천지간을 가득 물들인 꽃 향기처럼 그윽한 행복이 잦아 들기를 합장 한다.
08년 4월 7일 백애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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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서 얻은 시의 종자로 부족한 시 한 수를 선 보인다
섬진강 진달래 섶에서
그리도 더디 오시던 그대는
아직도 기별조차 없는데,
지리산 자락 섬진강 섶엔
봄이 님보다 먼저 와서는
질펀하게 꽃 잔치를 벌이더군.
청매화 봄바람에 부서지고
산수유는 허공에 꽃등을 달더군.
댓바람에 건들거리던 벚 꽃잎
별똥별처럼 무너지던 날,
사성암을 품고 사는 오산에 올라
진달래 베어 물고 화엄으로 드는데
화엄사 흑매화 한사코 발길을 잡더군.
끝내,
사 사자 삼층 석탑 동백마저 지길래
나마저 속가의 삶을 툭, 던지려했네.
이젠 그리움을 안으로 안아야 할 나이.
홍매화 고깔이 깊어 흑매화라 하듯
진달래 무너지는 그 길 어디쯤에서
내 그리움도 꽃으로 졌으면 좋겠네.
08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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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줄기 건너 노고단과 반야봉 그리고 천왕봉을 어깨동무 삼아 오르는 오산의 풍광이 신비스럽다.
오산 정상 부근 사성암의 전경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탱화 관음상은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절벽 바위에 새겼다 한다.
겸허하다 못해 경직된 시객이로세
용감한 형제 경필, 경구 덕분에 동심을 가지고 즐거운 산행을 했다.
진달래 섶 하산길에서 잠시 한 컷, 달코미의 둘째 꽃미남 성구의 얼짱 포즈가 웃음을 짓게 한다.
정상에서 산 벗들과 지리산을 뒤로 한 채 봄 날의 추억을 필름 속에 가두었다.
화엄사 가는 길, 섬진강에 낙화하는 꽃비 속을 걷다가..., 우리도 저 벗 꽃처럼 한시절 사다가는...,
섬진강에 홀로 앉아 흩날리는 벗 꽃 잎을 바라보는 저 백로는 무슨 생각에 갇혀 있을까?
화엄사 관음 도량 앞 홍매화는 붉다 못해 고깔이 검어서 '흑매화'라 부른다.
동박새 우짖는 동백 군락에 자리 잡은 사사자 삼층 석탑 앞에서 속가의 마음을 헹구고 귀경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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