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홍성 용봉산/무창포 빗 속 산행

시인답게 2008. 5. 19. 11:34

요 몇일 병원 신세를 진 시객은 오기가 발동했다.

벌써 혈압에 혈액 순환을 걱정 할 나이던가?

아니 한 겨울에도 앓치 않던 목감기를 오뉴월에 목이 쉬어 파릇한 젊은 날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쟎은가?

마음에 생각이 많아 부서진 육신의 병이리라.

그래 그렇다면 나를 비우고 나를 더 채찍 하자. 뭐 이런 오기의 발동...,

 

살다보면 가는 봄처럼 서러운 날 많치만 시객도 요즘 마음앓이를 하고 있나보다.

삶의 화두 하나 내려 놓으면 우주를 얻을진데 나의 수행이 낮아서

나의 공부가 부족해서 많은이들에게 시의 향기로서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는 자책에

훌훌 거침없이 운수납자처럼 수행을 떠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날씨가 을쓰년스러운 새벽, 그리운 사람들을 그리며 걸망을 짊어진다.

늘 반갑고 살가운 산 벗들, 오랫만에 왕비를 만나 더욱 설레이는 출발.

언제나 단순한 '왕손' 레퍼토리를 식상 하기도 할진데 들어주며 웃음 주는 산오름 벗들.

산은 오를때는 '관념이요' 내려 올때는 '은유라는' 스승 임영조 시인의 고향 보령.

용봉산을 오르며 나의 화두는 더욱 세차게 흔들린다.

만약, 산사나이에게 운수납자에게, 이름모를 들꽃 한 송이, 바람 한 점 없다면 얼마나

어찌 되었을까?

저 산새들 웃음지며 반겨 주지 않고, 흘러가는 길 가없는 한 점 구름이 없다면

나의 시는, 우리의 산행은 얼마나 메마르고 척박했을까?

무엇을 얻으려 하지말고 지금, 이 순간 우리 주위에 있는 만물들에게,

작고 하챦은 것 같은 모든 것들에게 공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리라.

 

이번 산행에서 '용봉산을 날다' 라는 소제가 있다

선두 대장(?)을 당차게 수행한 사과 한쪽님과 힘든 신음 소리가 꾀꼬리 짝짓기처럼 청아한

후미 대장직을 맡은 언제나 4차원의 소녀같은 유끼님의 후기를 올리겠다 약조한 것이다.

언제나 식상한 쌍팔년 천년 왕손에게 변함없는 가르침을 주는 몽블랑 형님,

그리고 늘 베풀고 내어 주려 애쓰는 우리의 연인이자 대왕대비 밤비님,

오랫만에 함께한 왕비 소서노와 성란양, 그리고 많은 공감대를 가지고 계신 죽산님.

늘 그때 그 곳에 다소곳이 계실 것 같은 하늘을 닮은 여인, 르씨엘님(참고로 불어로 르씨엘은 '하늘')

하산 길 천둥 번개가 치는 소나기 속에서도 아름다운 추억을 나누며 산을 닮으려는 산벗들에게

진정 하심을 가지고 감사와 고마움을 전한다.

 

천지간에 아카시아 꽃잎, 꽃비처럼 지던 날,

창가에 사선으로 내려 치는 빗 방울 속으로 바라보던 무창포 바닷가에서 자연산 광어와 개불

그리고 매운탕의 참 맛을 선물해준 갑장 '산야로' 와 그의 여동창께 두 손 모아 행운을 기원한다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 아름다운 생의 한 폭을 선물해 준 산오름과 왕비에게 약조한

능소화의 전설과 나의 부족한 시를 한 편 선물하며 나의 마음을 대신한다.

산처럼 산 그림자처럼 내 먼저 내어 주며, 내 먼저 품어 주며, 그리워하며 살고 지고 싶다. 

 

아름다운 행복 가득한 한 주 되십시오

 

08년 5월 19일 백애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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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객이여 마음에 때가 많은가? 무슨 상념에 잠겼는가?

 

 가끔은 하늘의 구름도 바라보며...,

 발 아래 무엇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머금는가?

 

 그래, 인생도 가끔 쉼표 하나 찍고 살자. 고즈넉하게...,

정성에서 산 벗들과 함께 생의 한 순간을 추억으로 영원화하다

 병풍 바위 앞에서 이내, 천둥 번개 소나기가 내리고...,

비내리는 무창포 해수욕장 전경

 

 

그리고 인심 좋은 산야로님의 여동창 횟집에서의 수랏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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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속에 핀 능소화

                    
사랑도
더는 높일 수 없을 때
산다화처럼 낙화 할 줄 알아야한다

이별도
더는 말릴 수 없을 때
홍매화처럼 잦아 들 줄 알아야한다

뒷산이 높아야 앞산이 그윽하듯
그리움이 높아라야 사랑도 깊어진다
그 마른 그리움, 기다림의 자식이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당당한 산화
단 한번 사랑을 위한 초연한 낙화
능소화 피는 날, 내 먼저 낙하 한다

복사꽃 향기를 빚어
배롱나무 달빛에 기대어 서서는
죽어서도 기다림에 떠는 오매불망.

천지간 뜰 안을 까치발로 서성이며
바람의 편지 버선발로 마중하는 너,
상사불망에 앞가슴마저 붉게 열었느냐

단 한번 이별에 헉헉 이는 사람쯤
눈이 멀어도 괜찮을 사랑이래서,
함부로 독毒을 앉혀 눈길마저 피하느냐

사금파리처럼 날카로운 내 그리움쯤
네게 견줄 길 없어 나는 차라리,
내 먼저 눈 속에 너를 피우고 살리라

내게도 한 눈 팔지 마라
그대들의 사랑이 눈멀지도 모른다

 

04년 7월 白愛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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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 궁궐의 꽃 능소화의 슬픈 전설)






이 꽃을 ‘구중궁궐의 꽃’이라 칭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옛날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다

빈이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건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 둘이었겠습니까?
그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밀리고 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 까지
기거 하게 된 빈은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 내지는 영양 실조로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은채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고 한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했습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때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입니다

덩굴로 크는 아름다운 꽃이지요.
아무튼 능소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이 담장을 휘어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꽃잎의 모습이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하다

한이 많은 탓일까요,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니 조심해야 합니다

장미는 그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듯이 능소화는 독이 있어
더 만지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한 여름 오랫동안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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