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설악산 공룡능선 완주 산행기

시인답게 2008. 6. 28. 16:06

2008년 6월 14일, 15일

지천명을 앞 둔 내 인생의 한 획을 긋는 날이었다.

3일 동안의 심한 몸살로 끝내, 포기를 하려 했던 14 시간의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천헤의 신비스런 코스에 대한 도전.

보슬비 내리는 신흥사 주차장을 새벽 세시에 출발 비선대를 향한 산행이 시작되었다

비선대를 지나 마등령 오르는 길,

기암괴석과 수백년 독야청청 울울창창한 소나무 사잇길을 오르는 어둠 속에서

거친 호흡과 긴 헤드 랜턴의 행렬이 결코 만만치 않은 산행을 예고 하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여 주지 않는 설악의 신비스러움에 되려 넋을 잃고  오른다.

운무 속에 산 목련 환하게 웃으며 날이 밝고 약 6시간만에 마등령에 도착 했다.

더 세찬 칼 바람에 기온이 급강하 했다.

하산을 망설였지만 언제 공룡 능선을 다시 보겠냐며 권유하는 일행에 이끌려

내 인생 최대의 시련이 시작 되었다.

인간이 얼마나 하챦은 동물인가를 설악산 공룡 바위들을 보면 안다.

왜 산에 오르는지, 신 앞에 자연 앞에 왜 인간이 겸손해야 하는지를

공룡능선 기암괴석들은 말없는 침묵과 운무로 가르켜 준다.

아무리 그대들이 피땀 흘려 공룡에 오른다해도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대들은 한치 앞의 비경도 기암절벽도 그 무엇도 볼 수가 없다.

공룡능선에선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기도는 자연 앞에 한 없이 작은 미물로서

그저 묵묵히 산에게 순응하며 한발 한발 무사히 발 걸음을 옮기는 것 뿐이다.

회운각 산장에 도착 하기 전, 걱정했던 오른쪽 무릎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산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응급 조치를 한 후 하산을 강행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아, 이런,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무릎과 허리의 끊어 질 듯한 통증에 더이상 산행은 무리였다.

이제 남은 건 119 구급대 헬기 구조를 요청 하는 것 뿐이었다.

망아산 대장에게 배낭을 맡기고 후미 대장 산야로와 뒤에 남기로 결정을 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비선대까지는 약 2km를 더 하산해야 하는 암릉 길이다.

천불동 계곡의 기기묘묘한 불상 바위와 신비스런 폭포들이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친구인 산야로의 말없는 보살핌과 내색하지 않는 격려도 미안 할 따름이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러나 그 결정은 간단했다.

두 발을 질질 끌며 스틱에 의존에 내려 오는 하산 길에서 언제나님의 자제분을 만났다.

유학중인 이제 초 6년생인 중우군, 산행내내 아빠와 함께 해밝은 표정이던 중우군에게도

역시 공룡능선은 무리였던가보다.

아빠의 도움을 받으며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중우를 보고 나의 결심은 단오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시련이었다.

민주화 운동 시절 수형 생활도 이보다는 덜 힘들었던 것 같다.

나 홀로 산오름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오기와 미안함...,

약을 발라주며 응원을 주는 밤비님을 비롯 산방 식구들에게 더는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비선대까지 내려 오는 하산 길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치만 나의 독기는 끝내,

마지막 고통 속 환한 웃음으로 큰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산행을 마무리를 할 수가 있었다.

너무나 힘든 산행이었다. 그러나 힘든 시련과 고통 속에서 본 공룡능선은 신의 선물처럼

놀라움과 감탄 그 자체였다.

아직도 완꽤되지 않은 무릎 부상이지만 다시금 나는, 나를 담금질 하고 있다

올 가을 단풍이 한창일때 더 좋은 컨디션으로 꼭 공룡능선에 재도전을 하리라고...,

다시 한번 힘든 상황 속에서 무사히 완주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산 벗 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2008년 6월 28일  백애 김원식

 

--------------------------------------------------------------------------------------------

멀리 설악의 위용에 마음을 다잡고...,

 

 

 

 

 

공룡능선의 기암 괴석들의 모습에 그저 놀라울뿐이다.

 

운무 속 랜턴을 켜고 비선대를 향해 오르는 길, 마음을 비우고 비우면서...,

 

마등령 오르는 길, 고개숙인 시객의 모습에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공룡능선 운무 속 암릉을 오르는 길, 몽블랑 형님과 에델 바이스 군락을 가르키며...,

 

 

 

칼바람 운무 속에서 에델 바이스가 차라리 고독해 보인다.

 

 공룡 능선 어디쯤일까? 허리 정도일까. 짙은 안개는 그 무엇도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 바위는 공룡의 뭐, 미늘 바위라 했던가요.

 

 왕비 소서노,르씨엘님,몽블랑 형님과 한 컷. 그래도 이때까지는 앙다문 미소가 있네요

 

 회운각 산장에서 응급조치를 한 후, 카메라 앞에서 지은 미소가 잠시 후 닥칠 시련을 아는지...,

 

응급조치 후 다시 비선대를 향한 하산 길...,

 

천불동 계곡의 신비스럽고 고고한 자태가 기억에 희미하다. 아마 이 길을 기어서 온 듯..., 희미하다.

이 신의 작품 속을 내가 지나 왔는지..., 천불상의 면면이 아득하다.

 

 

 양폭포의 옥수를 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죽드래도 하산을 해야 한다는 일념뿐...,

 

오련 폭포 앞에서 산야로 후미대장에게 일부러 송구함에 한 컷을 권했다. 나로인해 절경을...,

 

 

 

 

 살아서 두 발로 공룡을 타고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 왔다는 유서 같은 증표로 마지막 한 컷...,

 무릎의 고통을 감춘 시객의 표정에 차라리 측은지심이 깊다.

 

함께 산행을 완주한 산 벗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산은 산이요. 사람은 사람에 불과하더라.

'산행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왕산 절골 산행  (0) 2008.08.26
청계산 계곡 산행 6/3  (0) 2008.08.04
속리산 묘봉,상학봉,산행 후기  (0) 2008.06.07
홍성 용봉산/무창포 빗 속 산행  (0) 2008.05.19
비슬산 참꽃 축제 산행  (0) 2008.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