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내설악 십이 선녀탕 산행

시인답게 2008. 9. 2. 12:26

 

8월 31일.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치열하게 울음공양을 하던 매미소리가  제 풀에 지친 여름의 끝자락.

계절의 진실을, 가을의 초혼을 내 먼저 느끼고 싶어 내설악 십이선녀탕 계곡 산행을 했다.

계절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사람만이 희망이 아닐수도 있다는 속가의 화두를 짊어지고 청명한 가을 속으로의 산행,

 

대승령을 향해 오르는 길에 수백년 세월을 지키고 있는 금강송의 올곧은 자태며

내설악의 높푸른 하늘을 받들고 있는 구상나무의 가르침을 받으며 나도 설악이 된다.

울울창창한 숲 속을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과의 산중방담을 나누며 유유자적한 산행,

살아가면서 때낀 마음을 계곡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로 씻어 내며 선녀를 만나러 가는 길,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모진 풍파를 견디며 단단해졌을 주목나무 앞에서

우리는 말을 잃었다.

 

1400고지에서 쉼없이 이어지는 십이선녀 폭포와 탕은 형언키 어려운 감동을 주었다.

특히, 복숭아탕의 비경은 황홀 그 자체였다.

새삼 자연 앞에서 인간이, 왜 겸손해야 하는가를 얼마나 미물인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은 8폭 8탕이라 불렀다는 십이선녀 계곡 다리위를 지나 올때마다

물소리외엔  속세의 그 어떤 번뇌도 그 어떤 삶의 먼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신의 손으로 빚은 무릉도원으로 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는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을 흔들리며 지나겠지만

한동안은 십이선녀탕의 전설 속에서 선녀와의 사랑을 꿈꾸며 지낼수가 있을 것 같다.

곧 가을이 우리들의 마음을 물들일 것이다.

과연 어떤 빛깔로 물들어야 행복한 삶이겠는가?

나를 잠시 비우고 싶은 날, 세속의 삶의 바랑을 잠시 비우고 싶은 때,

내설악에 들어서 무릉도원 십이선녀들과 계곡 물소리로 자리를 펴놓고

한 시절 흥건하게 사랑에 취해 봄은 어떨까? 

산오름 산 벗들과 여정님 그리고

봉봉님,야시골님, 백초나님, 바람돌이님 오랫만에 함께해서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올 가을은 청청한 생각과 맑은 영혼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녀의 향기 가득한 물소리로 마음의 때를 말끔이 헹구었기에...,

 

2008년 9월 2일 白愛 김원식

 

 들머리 장수대 전경

 펼쳐질 절경을 그리며 워밍업.

 대승폭포 앞에서. 폭포의 높이가 80m에 이른다.

 친구 산야로와 함께 한담중.

 오랫만에 함께 한 왕손 야시골님과 대승령 정상에서.

 수수천년을 견디며 단단해졌을 주목나무, 생전에 처음 접한 5m둘레의 웅장한 크기였다.

 십이 선녀탕, 복숭아탕에서 서로의 추억을 나누다. 모든분들이 선남선녀 같다.

 잠시 물소리로 세월의 번뇌를 씻어내며...,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흘러 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인생도 흘러가는 한 점 구름일진데...,

마음의 때를 가시고 육신의 때를 씻으며 잠시, 시름을 잃는다.

 

 용대리 백담사 초입 황태마을에서 ...,

 황태구이 황태 해장국으로 산행의 맛을 살찌우다. 행복이 익어가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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