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발견하는 기쁨" / 정호승 프란치스코
정호승 鄭浩承 (1950.1. 3 - )
1950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하였다.
대구 계성중학교와 대륜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경희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로 당선되었고,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로 당선되었다. 1982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로 당선되기도 하였다. 1976년 김명인, 김창완, 이동순 등과 함께 반시(反詩) 동인을 결성하여 활동하였고, 1979년 첫시집 《슬픔이 기쁨에게》를 출간하였다. 이후 시집 《서울의 예수》(1982)와 《새벽편지》(1987) 등을 통하여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그늘진 면을 따뜻한 시각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는 암울한 분단상황에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슬프고도 따뜻한 시어들로 그려내었다. 《샘터》 편집부와 《월간조선》에서 근무하였고, 2000년 현대문학북스 대표가 되었다.
1989년 제3회 소월시문학상, 1997년 제10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 제12회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 시집 《별들은 따뜻하다》(1990),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1999),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2000), 《내가 사랑하는 사람》(2000) 등이 있고, 수필집 《첫눈 오는 날 만나자》(1996)와 동화집 《에밀레종의 슬픔》 《바다로 날아간 까치》(1996), 《연인》(1998), 《항아리》(1999), 《모닥불》(2000), 장편소설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199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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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이야기
순결한 동심의 정서와 맑고 아름다운 서정의 결
평론가 하응백의 간명한 표현처럼 정호승은 '사랑'의 시인이다.
눈사람처럼 순백한, 그래서 눈사람과 사랑의 교감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순도 높은
서정 세계는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에서부터 다채롭게 펼쳐진다.
시인 특유의 순결한 동심의 정서가 맑고 아름다운 서정의 결을 일관되게 유지케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시는 값싼 감성을 자극하는 싸구려 산파극이나 요즘 베스트셀러 순위를
점령하고 있는 수많은 대중시와는 자못 다르다. 무엇보다도 그의 순정한 사랑과 동화적 시심의 뒤란에는 가난과 소외, 불행과 고통에 대한 동정과 타자에 대한 연민의 정서가 배음(背音)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불행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무하고 그 생채기를 치료하는 어머니
젖가슴과 같은 '따뜻한 슬픔'!
두 번째 시집 <서울의 예수>에서도 사랑을 위한 기다림의 끈기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아직도 사랑할 자유밖에 없는/너희는 날마다 해 뜨는 곳에/그리움과 기다림의 씨를 뿌려라"
('서울 복음 2'). 세 번째 시집 <새벽 편지>에서 시인의 사랑은 사회 전체로 확대 ·
변주 ·일반화된다. 그는 전태일의 고귀한 희생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허연 최루가스를 뒤집어쓰고/홀로 울고 있는 꽃다발 하나"('꽃다발')을 영전에 바친다.
네 번째 시집 <별들은 따뜻하다>에서 시인은 역사와 시대에 대한 좌절과 절망에서
촉발된 통렬한 자기 반성을 시작한다. 엇갈리는 사랑과 죽음을 동시에 노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했을 때/너는 이미 숨져 있었고/네가 나를 사랑했을 때/
나는 이미 숨져 있었다"('어떤 사랑').
이후 7년만에 상자한 다섯 번째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에서
시인은 사랑의 본성과 존재 원리에 대한 체득이 외로움과 숙명적으로 결합하여
우주적인 교감의 세계로 확산되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외로움이 내재된
슬픔 사랑을 그의 시적 영토로 이주시켜 다음 같은 절창을 낳는다.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수선화에게').
최근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를 간행했다.
사랑의 본질은 비움과 채움, 감춤과 드러냄의 끝임 없는 길항(拮抗)임을 간결한 시행에 담아 낸, 그야말로 이 시집에 진주처럼 박혀 있는 빛나는 소품 하나.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반달') 어쨌든,
그는 문학성과 대중성의 행복한 조화를 누리는 시인이다.
(류신/문학평론가)
kang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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