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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백꽃 패설 / 임영조

시인답게 2006. 11. 24. 14:18



법당 앞 돌계단 사이에 두고

어린 동백 두 그루 마주 서 있다

새파람 잎들이 공양 받은 햇살을

키질하듯 살랑살랑 까분다, 금새

분분한 소문 같은 금빛가루 부시다

그 무슨 法問법문을 주고 받길래

온통 벌개진 낯으로 키들거릴까

얼마나 솔깃하고 귓맛이 나면

노란 목젖까지 다 보이도록

꽃술을 활짝 열고 자지러질까

용맹 정진하라, 땡그렁!

아니면 파계하라, 땡그렁!

부연 끝 풍경이 수시로 경을 쳐도

동백꽃은 한사코 입 다물 줄 모른다

참 농후하고 불경스런 수작을

불당에서 내내 내려다보는

부처님도 손들고 조용하시다

저 철없이 고운 沙彌사미들 돌연

옷 벗고 정말 파계하면 어쩌나

절 버리고 혹 내게 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고 가슴 설레는

볼수록 낯뜨겁고 황홀한

동백꽃 패설



<시와 사람> 2000.가을
출처 : 동백꽃 패설 / 임영조
글쓴이 : 플로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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