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 앞 돌계단 사이에 두고
어린 동백 두 그루 마주 서 있다
새파람 잎들이 공양 받은 햇살을
키질하듯 살랑살랑 까분다, 금새
분분한 소문 같은 금빛가루 부시다
그 무슨 法問법문을 주고 받길래
온통 벌개진 낯으로 키들거릴까
얼마나 솔깃하고 귓맛이 나면
노란 목젖까지 다 보이도록
꽃술을 활짝 열고 자지러질까
용맹 정진하라, 땡그렁!
아니면 파계하라, 땡그렁!
부연 끝 풍경이 수시로 경을 쳐도
동백꽃은 한사코 입 다물 줄 모른다
참 농후하고 불경스런 수작을
불당에서 내내 내려다보는
부처님도 손들고 조용하시다
저 철없이 고운 沙彌사미들 돌연
옷 벗고 정말 파계하면 어쩌나
절 버리고 혹 내게 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고 가슴 설레는
볼수록 낯뜨겁고 황홀한
동백꽃 패설
<시와 사람> 2000.가을
출처 : 동백꽃 패설 / 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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