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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명성산 억새 섶에 오르다

시인답게 2007. 10. 9. 18:14

억새 섶에서 울다 


흔들리는 그리움

행여, 낮아질세라

마음의 키를 높여

바람에 서걱 인다.

시월상달, 허옇게

머리 흰 정념情念

빈 하늘만 붓질하고.

산등성에 걸린

처연한 억새 웃음소리

이연의 보풀들을

빗질하다 스러진다.

 

07년 10월 9일 白愛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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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 억새 섶에 오르다

 

07년 10월 7일 일요일.

남자의 마음이 처연하게 단풍 든다는 가을 아침. 

태풍이 온다는 기상 정보를 접했지만 빗 속 산행 채비를 갖추고 길을 나섰다.

님이야 후일에도 볼 수 있겠지만, 명성산 억새들의 울음 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깊어가는 시월의 손을 차마 놓치 못할 것 같아 운수납자의 길을 떠났다.

언제나 한결같은  산오름 회원들과의 해밝은 웃음을 걸망에 지고 가을 산 품 속에

들었다. 계곡 물소리로 마음의 때를 가시면서, 이름 모를 꽃들의 악수를 건네 받으면서.

 

 

가을엔 당당한 것들이 먼저 물든다 하였던가? 철이른 단풍이지만 당당한 낙하를 예비하는

낙엽의 길을 물으며, 사람의 가을을 어떻게 물들일 것인가를 화두 삼아  허공을 바라보며

그 옛날 궁예의 한서린 울음소리라도 들릴까봐 귀를 씻고  잠시 내안의 나를 비워본다.  

 

 

삼각봉을 지나 명성상 정상에서 발아래 산정호수를 바라보며 옛네를 회억한다.

이곳에서 5공병 여단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마친지가 어언 23년, 세월은 덧없으나

글쟁이의 길은 아직도 아득하니 멀리 밀려오는 비구름처럼 어둠 속을 헤매고 있나니..., 

 

 

하산 길, 제 속을 비우고 텅텅 우는 갈대 섶에서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제 고깔을 견주고 있으니

세월은 가도 세월은 남는 법이라고 운수납자에게 어떤 현답을 얻으려 하는지..., 산다는 것이

길 아래 길이요. 길 위에 길이려니 스스로의 생애도 오를 때보다 내려 올때 더 조심 하라는 무언의

가르침 이겠지. 후드득 내려치는 빗방울의 죽비요. 바람의 회초리 이겠지. 

 

 

  

억새 축제가 14일부터 시작 된다는데..., 제 한 생을 솜 털처럼 가볍게 말리고도 모자라 바람의 날개에

후일의 생까지 미련없이 실려 보내는 저 억새들의 흔들림 속에서 시객은 바람의 은어를 알아 채렸을까?

흔들림으로 흔들림의 중심을 다잡는 사람의 마을에도, 하산 길 이 억새 섶에도 가을비는 내리고 있다.

 

 

바람 우는 억새 밭에서 운수납자여, 길을 묻지 마라. 시객이여, 시상의 알갱이를 문자로 가두지 마라.

비가 오면 비를 맞고 / 눈이 오면 눈 길을 걸어가라/ 그저 사랑하다 죽어 버려라 (정호승 작품 인용)

 

 

등룡 폭포 아래에서 짊어지고 간 마음을 풀어 주었다. 저 하얀 폭포수 알갱이처럼 나를 하얗게

비워 버렸다. 바라건데, 저 폭포처럼 나의 생애가 늘 하심을 가지고 아래로 흐르기를 소망하며

언제나 한결 같은 시의 길을 엎드려 공부하며, 시의 첫 행이라도 부끄럽지 않게 쓸 수 있기를..., 

 

 

오늘도 먼지 투성이인 나의 영혼을 잠시나마 씻겨 주고 마음의 장애를 가시어 준 '분당 산오름'

동인들께 거듭 감사를 높인다.

쥔 손을 펴면 우주를 다 가질 수 있다 하였거늘, 흰 종이 위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나머지가 모두

하늘이라 했거늘, 분당 산오름의 내일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마음의 키를 낮추어 시월 하늘

같았음 한다.

 

07년 10월 9일 한글날에 白愛 김원식

 

 

출처 : 명성산 억새 섶에 오르다
글쓴이 : 백애 김원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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