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각바퀴'

신간 '사각바퀴' 추천 글 / 이승하 중앙대교수. 시인

시인답게 2019. 8. 19. 16:00

감사하고 고마운 사형이다. 추천글을 써 준 이승하 교수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신간 사각바퀴 시집이 연애시집이라기 보다는 참회의 사모곡이라고 억지한다. 졸시집에 과찬이라 부끄럽다. 두어곡 노래로 지어져 음원순위 1위 저작권료를 기대하는 범부의 속물근성을 어이하랴. 우기에 여여하시라.

<발문>

‘눈물나이’라는 시어를 탄생시키기까지 ...

이승하(시인ㆍ중앙대 교수)


김원식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2015년에 낸 두 번째 시집 ?그리운 지청구?가 뼈아픈 사부곡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내는 시집 ?사각바퀴?는 애끓는 사모곡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실린 시의 절반 이상이 애절한 사랑노래다. 사실 이 땅 최초의 시는 고구려 제2대 왕 유리왕이 쓴 「황조가」로서 이별의 아픔을 노래했던 연애시였다. 「황조가」가 탄생한 기원전 17년 이래 향가, 고려가요, 황진이의 시조, 민요, 잡가, 판소리 춘향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애시의 역사만 살펴보아도 장강을 이룰 것이다. 


오래 자리보전을 했던 시인의 아버지는 치매를 앓기 전에는 시인이 방송국과 영화계에서 제작자 혹은 기획자로 활동하고 시인으로서 상도 타고 천상병문학제 대회장까지 맡아서 하자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하셨다. 늘 역정을 내던 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침묵의 세계로 들어가셨다. 전형적인 가부장 옆에서 “벌서듯 산” 어머니는 자식을 늘 다독이고 감싸안는 존재였다. ?그리운 지청구?에서도 어머니는 이런저런 꽃으로 형상화되고 있지만 이번 시집을 보니 낙화하고 만다.


시인의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것 같다. 살아 계실 때는 철들지 못한(?) 아들에게 지청구를 하곤 했었고 쓰러진 이후에는 눈으로만 지청구를 하였다. 이놈아 문학이 뭐기에 영화가 뭐기에……. 시인은 예술 없이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으리라.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여러 편의 시에 어머니의 임종을 못 지킨 것을 한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진방남이 부른 우리 옛 가요 「불효자는 웁는다」란 곡이 생각난다.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뭐 이런 가사였다. 시인은 어머니의 2주기에 맞춰 이 한 권이 시집으로 속죄할 생각을 한 것이리라.


얼마나 미웠으면
나 없는 날을
택해서 가셨을까
-「마지막 어버이날」 부분

  

마지막 인사도 못 드린 나는,
엄마의 칠월을 밤이면 울었다
-「울음 감옥」 부분

  

임종도 못 본 엄마에게
대속의 십자가를 긋는지도
너는 꽃이 아닌 한낱 잎이다
-「산딸나무꽃」 부분

  

어머니의 영전에 바치는 이런 유의 시가 다수 있지만 역시 이번 시집의 주된 흐름은 연애시다. 단언하건대 이 시집의 시편 중 다수가 노래로 만들어질 것이다. 어떤 시는 애절하고 어떤 시는 처절하다.


인간이란 애당초 모순덩어리다. 때가 되면 헤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 자기 짝을 찾아서 미친 듯이 열렬히 사랑한다. 이 세상의 남자들은 애인과는 이별하고 아내와는 사별한다. 짝을 잃고 흐느껴 울고, 그리움에 몸부림을 친다. 이번 시집에서 제일 자주 만나는 시어가 ‘눈물나이’가 아닐까.
김원식 시인은 ‘눈물나이’를 하나의 낱말로 만들었다. 눈물의 의미를 아는 나이가 되었다는 뜻일 터. 부모님을 여의고, 애인을 떠나보내고 눈물의 나이를 먹게 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독자여 한번 세어보시라. ‘눈물나이’가 이번 시집에서 몇 번 나오는지를. 아래에 인용하는 시를 읽어보시라. ‘절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은 당신 때문에
아프지 않은 척 사는 일
당신이 끝사랑이라며
사랑쯤 무심한 척 사는 일
다시는 울지 않겠다며
매양 그리움을 키우며 사는 일
별을 점등한 호수카페에서
눈물이 기억하는 가장 낮은 현
G선상의 아리아를 굳이 듣는 일
불면의 아침을 사는 일
가끔 이별에게 묻기도 하지
목숨 바쳐 사랑한, 그 숱한
사랑의 무덤은 다 어디 있는지
-「이별을 사는 일」 전문

  

시인은 최근에 ‘한겨레 문인협회’를 발족시키고 계간 ?한겨레문학?을 창간하였다. 이 두 가지 다 사실은 봉사활동이요 희생정신의 산물이다. 부디 지금까지의 아픔과 슬픔의 눈물은 다 전북 완주 대둔산의 계곡물에 다 흘려보내고 이제는 대한민국 문학판의 중심에 우뚝 서 아름다운 서정시의 수를 놓아가길 바란다. 시인은 또한 독실한 기독교인인 것으로 안다. 앞으로의 행보에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