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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詩문태준/맨발

시인답게 2006. 4. 3. 08:54

 

 

맨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감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출처 : 詩人의詩
글쓴이 : 詩人의 마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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