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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詩분석-함민복/긍정적인 밥

시인답게 2006. 4. 10. 20:37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작가 소개

함민복(1962-  ) 시인. 충북 충주 출생.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졸업.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는 <우울 씨(氏)의 일일(一日)>, <자본주의의 약속> 등이 있음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표현 : 대구 형식의 병치(竝置)

어조 :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목소리

제재 : 따뜻한 밥

주제 :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삶의 자세

출전 : <자본주의의 약속>(1990)


감상

이 시는 연마다 의미의 대칭을 이룬 대구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시 한 편’과 ‘쌀 두 말’, ‘시집 한 권’과 ‘국밥 한 그릇’, ‘시집 한 권’과 ‘소금 한 됫박’ 등이 짝을 이루면서 병치(竝置)되어 있는 단순한 구조이면서도 이질적(異質的) 사물들을 결합시키는 신선한 짝짓기 수법이 뛰어나다. 아울러 세상을 보는 화자의 시선이 매우 따뜻하다. 마치 밥이 식을세라 아랫목에 덮어 둔 밥 한 그릇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처럼 한없이 그윽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화자 자신도 어려운 생활 속에서 시를 써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밝게 세상을 바라보고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의 심금에 와 닿는 시이다.

출처 : 詩人의詩
글쓴이 : 詩人의 마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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