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창한 봄날
김명리
봄날엔 어느 봉분 할 것 없이 씀바귀꽃 핀다
이승과 저승의 잘 꿰맨 봉합선이
금세라도 째질 듯 샛노랗게 타오른다
산의 능선마다 휘황하다 저 물집!
생의 저쪽이 버들개지 물관부 속인 듯 퉁탕거린다
우수 지나는 빗소리에
소나무 때죽나무 한데 얼크러지고
핏자국 같은 새순들 대지의 아랫입술에 꿰매지고
봄하늘이 기우뚱 펼쳐든 만세력
한 생이 구름문양뿐인 낡은 책갈피에서
슬픔의 생몰일시란 아득히 지워지고 없다
봄밤엔 어느 봉분 할 것 없이 씀바귀꽃 진다
좀씀바귀 밀선(蜜腺) 따라 달빛 흐르고
길의 앞날이 함박눈처럼 몰려오고
나는 그대가 꾼 길고 긴 꿈
머지않아 우리들 생의 캄캄한 후미(後尾)도
한 떼의 반짝이는 박새 울음으로 흩어질 것이다
(문학사상 2004년 3월호)
출처 : 詩人의詩
글쓴이 : 시詩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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