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

[스크랩] 대책없는 봄/ 스승 임영조 시인

시인답게 2006. 6. 29. 22:11


      대책 없는 봄 시-임영조 낭송-최은주 무엇이나 오래 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간밤엔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 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가늘고 긴 팔을 높이 뻗어서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하신 하느님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마을 온통 웃음소리 낭자합니다 들불 같은 소문까지 세상에 번져 바야흐로 낯 뜨거운 시절입니다 누구 짓일까, 거명해서 무엇하지만 맨 처음 발설한 것은 매화년이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희희낙락 나불댄 게 아니겠어요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 자꾸만 수상쩍어 가보니 이런! 겁없이 멋대로 발랑까진 십대들 냉이 꽃다지 제비꽃 환하더군요 몰래 숨어 꼬나문 담뱃불처럼 참 발칙하고 앙증맞은 시절입니다 나로서는 대책 없는 봄날입니다.
출처 : 얼음을 만들자
글쓴이 : 얼음공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