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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詩보리밟기/민병도

시인답게 2006. 8. 18. 18:14
 

보리밟기


민병도



봄바람에 뿌리가 들린 보리를 밟는다

문신처럼 드러나는 온 몸의 신발자국,

때로는 혼절의 아픔도 사랑이라 일러주며.


밟으면 꺾어지고 일으키면 누워버리는,

차마 작은 돌 하나도 밀어내지 못하지만

그 속에 물결 드높고 함성 또한 뜨거워라.


꼿꼿이 일어서서 아침해를 겨누면서

보무도 당당하게 이 땅의 슬픔을 이긴

보리밥, 민초(民草)의 힘이여! 사투리의 절개여.


정녕 무서운 힘은 창칼도 붓도 아닌

한 근(斤)도 못 미치는 마음 안에 있는 것

날마다 속을 비우는 저 초록, 꿈을 밟는다.

출처 : 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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