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스크랩] 맨발의 기봉씨 새집 "이정도면 정말 좋죠?"

시인답게 2006. 11. 20. 11:52

지난 10월 초순,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실제 주인공인 엄기봉 씨(42) 집을 찾아 ‘집 짓기 프로젝트’ 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방문, 확인한 적이 있다.  방문 당시엔 바닥에 콘크리트를 하는 등 기초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11월, 지난 토요일(18일) 충남 서산시 고북면 기봉씨 새집 짓는 현장을 한달여만에 다시 찾았다. 기봉씨의 새집 터가 보일 즘 그림 같은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토요일 오후라  집짓는 인부들은 없었다


“이야, 멋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와 한평생 살고 싶네"


원래 노랫가사에는 ‘사랑하는 우리 님’이지만 기봉씨에게는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가 맞을 것 같았다. 기봉씨 새집 주변은 온통 수풀이다.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저 푸른 초원 한 복판’에 그림같이 예쁘고 아담한 집 한 채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은 잠겨 있었다. 혹시나 해서 문을 연신 두드려 보았지만 기봉씨나 어머니는 나오지 않았다. 아직 내부 공사가 덜 끝난 걸까?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집인데, 왜 아직 입주를 안했지?’ 라고 생각하며 바로 옆에 위치한 원래 살고 있는 기봉씨의 허름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언제나 그랬듯이, 기봉씨는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뛰어나왔다. 그리고는 곧 서울로 마라톤을 하러간다는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했다. 기봉씨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서울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가방까지 제법 근사하게 짊어진 기봉씨.


곧이어 기봉씨의 법정대리인(관리인)이며 후견인인 정자리 마을이장 엄기양씨가 장애인 단체 관계자와 함께 기봉씨 집을 찾았다. 엄이장은, 기봉씨가 19일(일요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리는 ‘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사랑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엄이장과 함께 오늘(18일) 서울에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새집은 거의 다 지었는데, 화장실 타일 몇 장 붙이고 새집 냄새 제거하면 수일내로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엄이장은 밝혔다. 마을 사람들이 도와 이삿짐만 나르면 될 정도로 집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다.


마라톤(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상경하는 기봉씨의 두 손을 꼭 잡은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기봉아, 1등 안 해도 되니까 무리하지 말고 몸 챙겨.”


위장이 좋지 않은 기봉씨, 위장약까지 등에 멘 가방에 꼭꼭 챙겼다고 걱정 말라며 오히려 혼자 지낼 어머니 걱정이 앞서는 기봉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다음 날 돌아올 테지만 그래도 그 하루가 걱정이 되는 기봉씨 모자.


기봉씨와 마을 이장을 태운 봉고차가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어머니 말씀대로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잘 달리고 무사히 돌아와 ‘저 푸른 초원속의 그림 같은 새집’으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그곳에 남겨두고 기자도 떠났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멀리서 봐도 여전히 그림 같은 집.

 

새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기봉씨.

 

사랑의 마라톤 대회를 위해 상경 직전 어머니와 대화하는 기봉씨.

  

 

상경중인 기봉씨, 화이팅입니다.

 

 




출처 :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윤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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