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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도(孤島)를 위하여 ....... 임영조

시인답게 2007. 3. 30. 15:35

고도(孤島)를 위하여  
                                                            ....... 임 영 조 
면벽 100일! 
이제야 알겠다, 내가 벽임을 
들어올 문 없으니 
나갈 문도 없는 벽 
기대지 마라! 
누구나 돌아서면 등이 벽이니 
나도 그 섬에 가도 싶다 
마음속 집도 절도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양 떠나듯 
그 섬에 가고 싶다 
간 사람 없으니 
올 사람도 없는 섬 
뜬구름 밀고 가는 바람이 
혹시나 제 이름 부를까 싶어 
가슴 늘 두근거리는 절해고도(絶海孤島)여!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가서 동서남북 십리허에 
해골 표지 그려진 금표비(禁表碑) 꽂고 
한 십 년 나를 씻어 말리고 싶다 
옷 벗고 마음 벗고 
다시 한 십 년 
볕으로 소금으로 절이고 나면 
나도 사람 냄새 싹 가신 등신(等神) 
눈으로 말하고 
귀로 웃는 달마(達磨)가 될까? 
그 뒤 어느 해일 높은 밤 
슬쩍 체위(體位) 바꾸듯 그 섬 내쫓고 
내가 대신 엎드려 용서를 빌고 나면 
나도 세상과 먼 절벽 섬 될까? 
한평생 모로 서서 
웃음 참 묘하게 짓는 마애불(磨崖佛)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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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Letter From : Heart
글쓴이 : 수취불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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