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그 추억 속으로의 산행
시인 정호승은 '수선화에게' 란 작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고 했다.
곡우인 오늘 하나님이 외로워서 비가 내리다보다.
누구나 다 서랍 속에 고이 간직 해놓은 삶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켜켜이 더께 쌓인 옛네의 추억,
어쩌면 기억 속에서도 희미해진 추억의 뒷모습들을
우리는 회억하고자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추억 속으로의 여행, 그때 그 곳,
추억의 더듬이로 찾아낸 그 얼굴, 그 사연들, 그 비켜간 인연들,
어쩌면 그 희미한 기억의 헛 웃음이 과거일지도 모를 우리네 삶들.
남산 산행은 그런 아련한 추억 속으로의 밀회를 즐겼는지도 모를일이다.
한옥마을을 들머리로 이내 남쪽 순환도로를 거슬러 올라
80년대 암울했던 군사 독재시절 재수를 하던 남산 도서관,
이제는 사라진 남산 식물원 옆의 벤치들을 지나 N타워를 향한다.
'오빠, 오후 5시에 식물원 앞 3번째 벤치에서 만나'
전화가 드물던 시절은 말이 곧 약속 이었는데......,
당시는 그랬다.
가난한 대학생들의 데이트 코스, 어둑한 남산길과 삼청동 공원.
첫 산행이신 해피님과 한담을 나누며 오르는 길에
숨이 막힐 정도의 향기가 길을 막았다.
4월의 꽃 라일락,시인 포우는 아마도
'4월은 잔인한달 / 죽음의 땅에서/ 라일락은 피어나고'라고 노래한 것이
저 슬프도록 아름다운 라일락 독향을 올리기 때문이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자주색 라일락 향기를 스냅 사진 속에 듬뿍 담고 발아래 서울을 내려다 본다.
저기 보이는 덕수궁에는 아! 그런 일이 있었어
저 멀리 비원 창경궁에서는 밤 벗꽃 아래 그런 일화들이 있었지.
이제는 사라진 미도파 백화점에서는...,
아, 남산 기슭 아래 그때 숭의 여전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최불암 김민자 부부가 하던 종각 뒤"후박"이란 레스토랑에서
민주화 운동 수배시절 나도 쾌나 이름있는 세미 클래식 DJ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마지막 벚꽃 잎들의 낙화 속을 오르며 시객은 유독 굴곡이 많았던 남산의 추억에
가슴이 뭉클해져서는 일행보다 먼저 앞서 걸으며 표정을 감췄다.
복사꽃 라일락 흐드러진 목멱산을 오르며 일행 모두는 감회에 젖어 있었다.
누군가는 십여년만에 ,누군가는 서울 태생인데도 처음이요.
빵빵호인님은 봉수대에 올라 생전에 어머님과 함께한 생각에 가슴이 시리다고 했다.
발아래 성냥갑 속에서 쫓기며 사는 우리네 군상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욕심부리지 말고 살자고, 남을 헤아리면서 아름답게 살아가자고 모두는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린 N타워에 도착을 했고 아리수를 바라보며 강물처럼 덧없이 흘러간
청춘과 사연 그리고 말하지 않았던 이름 하나쯤을 안으로만 호명 했으리라.
N타워에서 백초나님을 만나 호젓한 소나무 산책길로 하산 코스를 잡았다
잠시 첫 산행이신 목장승 내외분이 준비한 음식과 가시고기님의 가시고기,
빵빵호인이(내 친구ㅋㅋ)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산중 한담을 나누었다.
독야청청 울창한 소나무 길, 남산 소나무의 기품과 기상에 반해 어느덧 하산,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영화 시상식때를 생각짓다가
'나도 레드카펫을 받고 '사마리아'로 수상을 한적이 있었지'
모두의 추억을 영원한 필름 속에 오늘을 한 컷 담았다.
이윽고 우리는 장춘단 공원에 도착, 하나쯤 가슴에 묻어놓은
장충단에 얽힌 추억들을 얘기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돌아보건데 오늘의 트래킹은 산행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속으로의 추억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늘 바라보고 지나치던 남산을 그렇게도 오랫만에 올라서는
이제는 과거가 된 삶의 흔적과 희미한 이름들을 떠 올리면서
그때 그 시절의 젊은 청춘들이 반백이 된 우리네 자화상을 돌아 보면서,
우리 모두는 함께 나누면서 좀 더 순화된 순응의 삶을 살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것이 남산이 준 커다란 오늘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오랫만에 장충동 할매 족발의 알싸한 맛과 더불어
오래 되어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또 하나의 추억으로 회억될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함께해서 행복했던 회장님,빵빵호인님,백초나님, 초면이지만 살가우신 목장승 내외분,
해피님께 도화향과 라일락 향기를 한 움큼 더 선물을 하면서 시객의 마음를 다잡아 본다.
오늘 하루를 또 행복하게 살았으니 시객은 그저 모두에게 감사 할 뿐이다.
09년 4.20일 白愛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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