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겨레문인협회

졸시 한 편

시인답게 2024. 11. 15. 21:33


오래된 잠깐 / 김원식


그때 산자고 피었다던가
소나기 걸음으로 별 목련이 지고
멧비둘기 울다간 그늘만큼
연두의 문을 닫는 사월  
그 환한 그늘 한쪽은
문신 같은 기억의 영토
시절 인연이면 더 좋았을
아주 오래된 잠깐이
꽃자리에 몌별을 점등한다
돌아보면 아주 잠깐의 오래
목련이 지고 피던 일처럼
짧았던 한 사람  
봄마다 돌아선 발자국을 읽는다

*몌별 袂別 : 소매를 붙잡고 섭섭하게 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