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

청계 선문답

시인답게 2005. 1. 14. 20:08
청계 선문답

( 心友 이재춘을 위한 헌시 )


                   詩/김원식
                낭송/이연분


빗방울 후후 지는 날
나무가 된 시인이 있다
노을이 서럽 서럽 투정할 때
내어줄 가슴 아직 남아있어
청계 산문에 나무가 되었다
사람의 이름으로 사랑 짓다가
마음속에 산을 앉히고 사다가는
이수봉 언저리에 가부좌를 했다
하안거 끝난 하산 길
풀섶에 이는 바람소리 보면서
번뇌마를 씻기며 쟁명한 햇살로
수행 정진하는 동자승이 된 시인

고샅길 돌아내린 마른 추억들
세속 간에 이끼긴 멍든 셈쯤은
청계산 치마폭에 다 내려놓고서
이밤사 묵은 정을 죄 깔아놓았다
시큰 막걸리에 달빛을 불러 모아
피목리 보릿고개를 마름질하고
구설픈 엔까속에 옛 시절이 고프다
청계자락 별들도 눈물로 빛나고
나는 어둠의 끝자락을 맥없이는
마셔쌓는데 외려 일갈하는 雪國.
‘긴 터널을 다 빠져나오니 거기엔
눈의 나라가 있었다.’

雪國에 댓잎 시인이 있다
땡추 한생 등짐진 가난의 화두에
자연의 교향곡 소리 보고 살라며
죽비로 후려치는 법문을 남겨준 心友
마음이 먼지 같은날 이수봉을 오른다
기꺼이 산허리를 내어준 벗에게
견고한 바람이 되어 툭, 지더라도
팔월의 이마를 닦아 주고 지고 싶다
저 석양처럼 노을에 기대 산화해서는
산이 된 친구의 배경으로 남고 싶다
어둠 속에서도 들꽃의 향 실어 나르는
이윽고는, 그대 바람꽃으로 살고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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