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영 계곡 등나무 꽃 아래의 시객)
등나무꽃, 달빛 아래
―5월 광주
고단한 함성을 허공에 올린다
그렁한 육신을 말리며
생채기 난 외침들
포도 알갱이처럼 매달려 있다
이미 견고해진 혈흔들
더는 견디지 못할 침묵에
폐허가 된 이력을 소각한다
달빛 아래 등나무꽃 울던 날
명치끝에 박히는 대못에
함부로 타협한 삶의 표적들.
길 잃은 바람이 눕자
울지도 못하는 새가 되어
광주의 심장을 쪼아대고 있다
낡은 사유의 촉수로
세월의 앞잡이가 된 나,
명멸한 진실에 난사를 당했다
등나무 그늘 아래
자줏빛 함성 카랑하게 필 때
나는 경계 밖으로 끝내, 유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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