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데칼코마니(아버지)

시인답게 2012. 5. 8. 12:01

      데칼코마니

 ―아버지

 

 

아버지는 칭찬도 화를 내며 하셨다

전교 우등상을 받던 날

궐련을 물며 아버지는 혀를 차셨다

“노름판에 논밭뙈기 다 날려 불고

쩌것을 어찌 갈켜. 먼 조화랑가.”

눈보라에 빈 장독 홀로 울던 새벽.

몰래 생솔가지로 군불을 때주시며

한숨이 구만 구천 두이던 아버지는

자식 사랑도 당신 타박으로 하셨다

사립문 옆 헛청에 나뭇짐을 부리며

시침 떼듯 진달래를 건네주던 당신께

나의 숨김은 하나만은 아닌 듯하다

구들장 틈으로 새는 연기를 참으며

자는 척, 당신의 눈물을 본 것이요

꼭 탁한 아비가 된 나를 본 것이다

아직 서슬 퍼런 지청구는 여전한데

여태 당신 속정까지는 닮지 못했다.

 

      *어버이 날 아침 당신의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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