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고추 꽃처럼 피어나다

시인답게 2015. 7. 29. 15:54

 

     고추 꽃처럼 피어나다

 

     갈 곳 없는 봄 날

수런거리는 앞산에 들었습니다

농을 치는 조팝꽃 난장에

온통 넋이 팔려 있을 때

전화가 온 건 그때였습니다

‘고추 꽃잎은 몇 장이야?’

참 뜬금없는 살가운 안부입니다

건들건들 태연한척 살아온 날들

비련의 종소리 아직도 깊은데

습벽처럼 마음이 무너지는 날,

그립지 않을 만큼 간격을 두고

조붓한 그대의 기억을 걷습니다

가까이 있어 멀리 두어야 할 사람

내 그리워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그 수척한 그리움, 잊고 살아도

고추 꽃잎 수줍게 웃고 있는 날

시침 떼듯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15.07  백애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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