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詩) - 한국의 명시 감상 -
ㅇ 국화 옆에서 (서정주)
ㅇ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ㅇ 진달래꽃 (김소월)
ㅇ 가을 동화 (김용호)
ㅇ 윤사월 (박목월)
ㅇ 사향 (김상옥)
ㅇ 바다 (정지용)
시 (詩) - 한국의 명시 감상 (2) -
ㅇ 매화 (이병기)
ㅇ 동백 (정 훈)
ㅇ 이별의 노래 (정호승))
ㅇ 바다와 나비 (김기림)
ㅇ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ㅇ 사슴 (노천명)
ㅇ 나그네 (박목월)
ㅇ 흔들리며 피는 꽃
국화 옆에서
- 서 정 주 (徐廷柱)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네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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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未當) 서정주(1915-2000)는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벽)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그의 시는 초기의 악마주의적인 생태에서 벗어나
동양적인 사상으로 접근, 심화된 정서와 세련된 시풍으로
민족적 정조와 그 선율을 읊은 것으로 평가된다.
유작으로는 『화사집』『귀촉도』『신라초』등이 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 영 랑 (金永郞)-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럴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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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1903-1950)의 본명은 윤식(允植)으로 일본
아오야마(靑山)학원 영문과에 수학 중 시문학 동인이
된 박용철과 만나 1930년 『시문학』동인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향토적이며 민족적인 생활 감정을 가벼운 운율적
감각으로 형상화했다.
시집으로는『영랑시집』(1935) 『영랑시선』(1949)등이
있다.
진달래꽃
- 김소월(金素月)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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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素月 1902-1934)의 본명은 珽湜였으나 후일에 廷湜
으로 썼다. 1920년 19세때 『그리워』『浪人의 봄』『靑崗』
등을 문예지『創造』에 발표하여 필명 素月로 하였다.
소월의 시는 자연 발생적인 정감에 바탕을 둔 한국인의
보편적 심서에 밀착하면서도 생각하는 시로서의 존재론적
측면과 형이상학적인 면을 강하게 지녀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을 동화
- 김 용 호 (金容浩) -
호수는 커다란 비취
물 담은 하늘
산산한 바람은
호젓한 나뭇잎에 머물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 호수를 불러 온다
아른거리는 물무늬
나는 한 마리의 잠자리가 된다
나래에 가을을 싣고 맴돌다
호숫가에 앉으면
문득 고향
고향은 가을의 동화를
가만가만 내게 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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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1912-1973)는 "시는 재치로 쓰는 것이 아니다.
시는 가슴으로 써야 한다"는 지론을 지녔던 그는 현실의식이
남달리 강해현실과 밀착된 참여계통의 시를 많이 썼으나
후기에 들어와서는 관조와 회고의 경향으로 흐른 일면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주요저서로는 <푸른 별> <날개> 등의 시집과 <세계명작
감상 독본> <한국애정명시선>등의 시 감상집이 있다.
윤 사 월
- 박목월(朴木月)-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역둗고 있다.
사 향
- 김상옥(金相沃)-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돌며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씻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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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남새-- 산나물
애젓하오-- 애틋하오
바 다
- 정지용 -
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
연달아서 몰아 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제비 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
매 화 외로 뎌더두어 미미히 숨을 쉬고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다가오는 추위 천지를 다 얼려도 동 백 - 정 훈 - 차가울사록 그 뉘를 사모하기에 이별 노래 떠나는 그대 그대 떠나는 곳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으로 떠나는 그대 바다와 나비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청무우밭인가 해서 삼월달 바다가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 상 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왜 사냐건 사슴 -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물 속에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구름에 달 가듯이 술 익는 마을마다 구름에 달 가듯이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향기로 피는 봄 / (宵火)고은영 친구여! /법정스님 어느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주위에는 항상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 이 병 기 -
따뜻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매화
곱고 급한 성결 그 애를 못 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
찾아드는 볕은 방으로 하나 차다
어느 뉘 다시 보오리 자취 일흔 그 매화
백설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사모치는 정화(情火)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 정호승-
조금만 더 늦게 떠나 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사람의 집들이 어두어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웃지요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밀밭길을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타는 저녁놀
가는 나그네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장미 한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 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다발이 아닐지라도
장미 한송이 사들고
찾아갈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꽃을 받는 이는
사랑하는님이 있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 종 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비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오후가 되고
메마른 정박으로 멈춰선 자리어도
젊음을 질투하지 말자
눈뜨면 보이지 않은 형상에도
연 녹의 봄은 사계의 서시로
맨 첫 땅을 딛고 오리니
점점 혈맥이 불거지는 밤은
이완되는 사고로 시달림에 지친 병고에
주검을 떠올리고 도마뱀처럼
제 꼬리를 자르는 고통에 겨워도
천지에 스미는 봄의 내음은
굳어가는 영혼에 향기로 피리니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 우는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 소리,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 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 마소
적당히 져 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친구여!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 잔 사주고
불쌍한 사람 보면 베풀어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 푼 줄 돈 있어야
늙으막에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라오
어느날의 커피 /이해인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날 이런 마음을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니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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