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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통일뉴스-펌] 우리 황새울 함께 가요 - 송경동

시인답게 2006. 4. 27. 22:40
<詩> 우리 황새울 함께 가요 - 송경동
 4월 29일 평택 대추리 문화예술인 대회에 부쳐
  2006-04-27 오전 10:52:54    
5월 모내기를 앞두고 평택미군기지확장 예정지인 ‘수난의 땅’ 평택 팽성읍 대추리, 도두리 일대에 또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세 차례의 행정대집행에 이어 다음달 초께 이 지역에 대한 영농차단 작업을 재차 실시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국방부가 대추리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할 방침까지 세워둔 가운데, 이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연대급 부대를 기지확장 예정지에 주둔시키고 곤봉을 지참한 특공부대까지 투입할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돼 긴장감의 수위가 극대화하고 있다.

‘군부대 동원 시위진압’이라는 1980년 광주항쟁 이후로 유례가 없는 사태발생을 우려해, 평택범대위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잇따라 국방부 규탄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송경동 시인이 “평택이 위험하다”며 29일 평택 대추리에서 열리는 문화예술인 대회에 많은 사람들의 참석을 촉구하는 시(詩) ‘우리 황새울 함께 가요’를 본사에 보내 왔다. 이를 전재한다. / 편집자 주


우리 황새울 함께 가요

- 4월 29일 대추리 문화예술인 대회에 부쳐

송경동(시인 / 들사람들 기획단)



어제는 잠이 잘 안 왔습니다.

낮술을 3차던가 하고 저녁 7시경에 떨어져 자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더니 잠이 안 오더군요.

새벽 5시까지 잠을 못 이루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동네 슈퍼로 소주 한 병 사러 나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한잔 하고 술 기운에라도

잘까 했는데, 그냥 그곳에서 마시고 왔습니다.

제가 사는 가리봉 구종점 마루마다 새벽인력시장이 서는데

그곳에 그분들이 있었습니다.

한결같이 얼굴이 검고 작업가방 하나씩을 둘러맨 어른들.

50대, 60대가 대다수였습니다.

작은 슈퍼가 빼곡히 차 있었습니다.

삼삼오오 들어와 하는 일이란 게

소주 한병 까서 돌돌돌 사발에 나눠 마시고

삶은 계란 하나 소금에 찍어먹고 나가는 일이었습니다.

담배 한 갑, 작업장갑 하나씩 사서 넣고요.

그런 사람들로 구종점 언덕배기가 술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나 잡고 저도 술 한잔 마시고 싶었습니다.

나는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만약 나의 삶이 50대, 60대가 되어서도

새벽잠 깨어 식구들 몰래

차디찬 작업가방 챙겨 조심스레 문 따고 나와

소주 한 꼬뿌 들이키고 오늘 날 사갈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삶이라면 내가 자살하지 않고 살 자신이 있을까.

사실 전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추호도, 단연코

난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맑고 순정한 사람들입니다.

쓸데없는 얘길 전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자기 이야기도 없이

함부로 말씀 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싶어

그냥 제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뭐 별다른 이야기 아닙니다.

이번 주 토요일날 평택 대추리

함께 가주셨으면 하는 얘기입니다.

군대 투입을 하겠다고 하지만 아직은 아닌 듯도 합니다.

차량도 대절해 놨고, 돼지도 한 마리 준비해 놨고,

만신이 와서 굿도 한다 하고, 노래도 한다 하고, 마임도 한다 하고,

며칠 안 있으면 빼앗길 땅,

대추리 마을에 버려진 동산을 청소해

평화동산으로 만드는 기공식도 한다 합니다.

문화예술인들이 거기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함께 해 주세요. 평택이 위험합니다.

우리가 위험합니다.


작성일자:2006-04-27 오전 10:52:54 / 수정일자:2006-04-27 오전 10:52:54       
출처 : 황새우울
글쓴이 : 지정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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