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백담사 산방다원] 산사의 작은 산방다원에 앉아 녹차 한 잔 시켜 놓고 창 밖으로 고요한 풍경을 지켜보면서 오직 차향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며 근심 걱정을 다 놓아버린 경험이 있는가. 빨리 차를 몰아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거나, 이번 여행에서 더 많은 구경을 해야 한다거나, 잠시 쉬었다가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사진 몇 컷 찍고 빨리 가야겠다거나, 이렇게 쉬더라도 몇 일 뒤면 다시 휴가가 끝나고 정신이 없겠구나 하는 마음이라거나, 그런 무거운 마음의 짐을 다 놓아버리고 그저 아주 평화로운 마음으로 다른 목적지를 생각지도 말고, 또 내일이나 몇 일 뒤에 있을 근심 걱정의 굴레에서도 호젓하게 벗어나서 그냥 편안한 차 한 잔. 그런 여유... 그런 휴식... 사실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그런 시간인지 모른다. 그런 시간은 쓸모없어 보이고, 생산성 없어 보이고, 자꾸 그러다가는 남들보다 뒤쳐질 것 같고, 그 시간에 무언가를 하는 게 낳다고 여길 지 모르겠지만 정작 우리의 삶을 윤기있게 해 주고 우리 안에 정신을 올곧게 세워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시간 안에서 나온다. 그저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다른 무언가를 도모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냥 편안한 시간. 편안히 조용한 숲 속의 산사에 앉아 온갖 시름과 시간과 계획과 생각들을 다 놓아버리고 그냥 차 한 잔 즐길 수 있는 시간. 산사를 찾아 갈 때는 도시에서의 마음의 짐들은 다 놓아버리고 촉박한 시간에 쫒기지도 말고 다 놓아버리고, 다 재껴버리고, 다 비우고서 맘 편히 다녀오시라. 다녀오기 어렵거든 이 사진 한 장 벗하면서 바로 지금 이 곳을 산방다실로 만들 수도 있다. 바쁜 회사 일과 중 잠시 쉬는 시간에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온갖 짐들을 비우고 편안하게 다만 차 한 잔에 집중할 수도 있는 법. 그랬을 때 조용한 산사의 노스님이 말 걸어 올 것이다. '차나 한 잔 하고 가시게' |
출처 : 물소리 바람소리(www.moktaksori.org)
글쓴이 : 법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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