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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개그맨 김형곤 추모 1주년 추모사

시인답게 2007. 4. 3. 12:11
 

추모사



자네, 잘 지내시는가?

그곳에도 봄기운이 완연한가?


남녘 섬진강가에 청매화 향기 가득하고,

가만있어도 그리움이 피어나는 봄날이 온 것 같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세상사라 하지만

그 누구도 믿기지 않을 길을 갑자기 자네가 떠나던 날,

슬픔으로 앙다문 하늘에서 서설이 내리던 작년 오늘,

속절없는 세월은 그 슬픔을 다 견뎌내지도 못한 채

다시 어김없이 연초록의 삼월이 찾아왔다네.

눈물 속 자네와의 이별이 벌써 일년이 지난 지금,

자네 열정의 숨결이 활현한 이곳에서

우리는 다시 개그맨 김형곤, 그대를 회억하면서,

그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벗으로서,

촌철살인의 풍자에 일비일희하던 팬클럽 회원으로서

그대가 남긴 웃음의 철학을 행하며 살고 있는지 반문하면서,

자네의 뜻을 기리는 한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자네와의 지난날들이 그려지네,

그대가 있었기에 웃을 수 있어 행복했던 이 땅의 많은 사람들.

그대로 인해 삶의 절망을 해밝은 웃음꽃으로 피울 수 있었던

소아암 어린이 친구들,

그리고 자네와 함께 궁리하던 방송일이며,

밤을 새며 기획하고 준비하던 영화 제작 일들,

진한 감동과 웃음을 주려고 설전을 마다않던 공연들,

그리고 소외된 계층과 동고동락하겠다며

사업 일선에서 흘리던 열정과 땀의 흔적들,

남겨진 기억의 편린들이 지천에 가득한데, 

화내지 말고 웃으며 살자던 자네의 말을 되새기며

고작 추모의 글을 바치는 나로서는 지독한 그리움에,

가없는 보고픔에 아직도 자네의 빈자리가 현실로 믿기지 않는다네.



이 보시게 자네.

지드래도 향기를 잃지 않는 들꽃처럼

그대 지나간 곳곳에 웃음꽃, 천지간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데,

삼월이 오면 우리는, 나는 왜 자꾸만 자네가 눈물겹도록 그리운 것인가?

저 하늘 향해 그대 이름을 소리쳐 부르고 싶단 말인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 진다는 그대의 금언에

나는 왜 자꾸 겹 슬픔이 밀려드는 것인지,

사랑하는 친구 형곤아, 자네는 정녕 이내 마음을 헤아리겠는가?

자네를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팬들과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의

봄날은, 공허한 애련만, 사무치는 그리움만 가득 피어오른다네. 


이 보시게 자네

해해마다 봄이 오면, 삼월이 오면 늘 자네 상념에 젖겠지만,

그러나 이제 우리는 슬퍼하거나 눈물짓지 않으려 억지하네.

맨 처음 봄을 올리는 매화처럼

고혹한 사랑의 향기를 함께 나누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외된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며

내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자네의 진정한 친구가 되려하네.

소박한 웃음의 전도사가 되어 자네가 지상에 남긴 뜻을 되새기며

나부터 먼저 나눔의 미학을 행하며 살리라 다짐함세.

매 순간 순간, 어찌 자네가 그립고 보고 싶지 않겠는가?

허나 이제는, 자네를 사랑하는 마음을

자네가 다하지 못한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작으나마 내 먼저 자네의 뜻을 이을 것이며, 

자네 마지막 희망대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웃으며 잠들 수 있는 그날까지

자네의 웃음 바이러스를 세상에 전파하는데 일조 하리라 약속하네.  


이보시게.

자네는 지상의 족적이 충분하여 또 다른 길을 개척하러 먼저 떠났으니

부디, 그곳에서는 자네 뜻대로 이루시고 아름다운 사랑 고루 나누어서

그대가 진정 꿈꾸던 세상에서 영겁의 행복을 누리시게나.

자네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대신하여, ‘김형곤을 사랑하는 사람들’팬 클럽

회원들을 대표하여 자네에게 안부를 물었네.

이제 내 휴대폰에서 자네가 가져가지 않은 전화번호를 그만 지우고,

자네가 그리운 날엔 어디쯤 하늘을 바라보겠네.



  2007년 3월 10일

‘김형곤을 사랑하는 사람들’대표

  친구 김 원식 올림

  



          


출처 : 김형곤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백애 김원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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