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주왕산 주산지 왕 버드나무 )

시인답게 2008. 2. 11. 15:12

                   (주왕산 주산지 왕 버드나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주산지 왕 버드나무)

주왕산 주산지 왕 버드나무는
목까지 잠긴 삶을 견디는 법을 안다
더 넓은 잎을 곧추 세운 해바라기.
삼백 년 순응한 주왕산의 선물이다
물 속 뿌리는 민물 새우들의 낙원
그곳에서 잉어들은 산란을 음모한다
배꽃 지는 농사철, 물이 빠지면
줄기엔 솔부엉이의 안식처가 있다
세월의 나이로 속이 텅 빈 곳은
박새들의 고향. 하지만 새끼들은
누룩 뱀 앞에서 결코 무풍지대가 아니다
장맛비에 길이 끊긴 주산지 기슭
고라니 노루가 여름의 끝을 뜯고
원앙은 사랑의 음계를 물위에 적는다

물 밑 생존 경쟁이 평화를 가장한 고요.
왕 버드나무는 주산지 생태계의 우주다
낮엔 호반 새가, 밤엔 솔부엉이가
자식들에게 삶의 경계를 가르치는 곳.
갈수기 검은 댕기 해오라기 자맥질에
여름 장마가 제 물기를 말릴 무렵,
수달은 가을의 이력을 들고 찾아 든다
계절의 이별을 예고하는 단풍들이
주산지위에 꽃잎처럼 산화 할 때
더는 내어 줄 것이 없다는 왕 버드나무.
맨 몸으로 주산지 겨울의 전설이 된다
주왕산은 스스로 사계의 제왕이 되어
사람의 발길 죄 불러 들여 자연의 삶을,
얼음장 속 묵음의 교향곡을 들려주는 것이다    

2005 년 11 월 백애 김원식


<시작 노트>
청송 주왕산 주산지에서 김기덕 감독 영화 '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봄'
촬영시 초고를 탈고 함.

위 사진은 영화의 포스터. 현재는 물위에 떠 있는 절은 볼수가 없음.
세트는 청송군의 권유로 철거했지만, 아쉬움이 많은 촬영 세트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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