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9일 한글날,
집결지 중앙공원에는 먼저 온 친구 케이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38년만에 만물상 등산로를 개방한 가야산,
마음은 먼저, 백련암 앞 뜰 상사화에게 가 있었다.
산은 다가서기 전에는 결코,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
가야산은 달랐다.
오를수록 비경이요.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면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산,
숨이 턱에 찰 때마다 한 폭씩 비경을 펼쳐 보여 주며
기기묘묘한 만물상의 형형색색 단풍들은
지친 나에게 불립문자를 일어서게 하였다..
산을 오르지 않은자는 결코 볼 수 없는,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하는 가야산의 절경들.
신공이 빚어 놓은 기암괴석들 앞에서
새삼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미물인가를
시객은 스스로를 다시금 깨달으며 더욱 下心을 갖는다.
칠성봉에서 속가를 내려다보는데 일순간,
광풍처럼 산안개가 몰려 와 모든 시야를 지워 버렸다.
지나온 길을 살아온 세월을 다 지우고
빈 마음으로 하산하라는 신의 죽비인듯 했다.
단풍 섶에 둘러 쌓인 성왕봉에서 내려다 보는 가야산,
열두폭 바위병풍을 둘러 쳐 놓고 신의 세계에 꽃등을 켜 놓은 듯
사방이 시월 단풍으로 흥건하고 만물상은 묵언수행으로 일갈한다.
말을 버리고 혀의 가시를 빼고
아름다운 세상 말없이 결대로 살다가라 이른다.
하산길, 가야산 등성을 넘고 있던 일몰이 발길을 멈추고
사람은 정상에 있을때보다 내려올때 더욱 조심하라고
남긴 자취가 더 아름다워야 한다고 햇살의 속삭임으로 이른다.
이제는 그리움마저 안으로 품고 살아야 할 나이,
화엄종 근본 도량 해인사 일주문에서 마음 굽혀 합장을 한다.
살아가는 동안 마음을 녹슬지 않게 하여 청정한 생각만 지니고 사다가는
깃털처럼 가볍게 세상을 내려 놓으리라.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을 나서는데 고승의 법문처럼
산까치 한마리 우지지며 서방정토를 향해 날아간다.
속가에 내려와 가야산에서 얻은 시의 종자로 한 편의 詩作을 마름질 했다.
2010년 10월 9일 白愛 김 원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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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에서 길을 묻다.
돌아보면 내 생애
곱게 단풍 든 적이
몇 폭이나 있었을까
산은 오를 때는 관념
내려 올 때는 은유다*
시월 가야산이 그랬다
만물상 기암의 관념들은
운무에 가부좌한 칠성봉,
단풍이 붓질한 은유였다
오를수록 보여줄게 많은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신이 빚어 앉힌 가야산.
상왕봉 단풍 섶에 앉아
내 詩살이 길 물어보니
일만 폭 수묵화만 보여준다
옳거니, 무릎을 탁 치니
산안개 금세 걷히고
나마저 이내 사라져 버린다
내게로 드는 길을 묻는다
*스승 임영조시인 시 인용
2010년 10월 9일 白愛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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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에서 4050 수도권 남부 산악회 산우들과 추억을 남겼다.
만물상 단풍을 배경으로 생의 찰나를 영원으로 남기다.
미소가 예쁜 항아대장과 굽은 소나무의 가르침을 받다. 굽은 나무가 더 넓게 그늘을 드리운다고...,
이건 무슨 포즈인가? 백주에 둥근달이 떴구나.
칠성봉의 위용, 신의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알바님과 칠성봉 인증 샷. 푸른 시월 하늘 아래 대표 미남 둘이(?) 표석을 세우다.
산안개 속 시월 단풍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가야산 정상 우두봉에 서다
상왕봉에서 바라본 해인사 뒷 산의 단풍 풍광.
오랫만에 함께 등반한 친구 케이와 아름다운 우정을 우두봉에 새기다.
우두봉의 웅장한 자태.
하산 길, 숨은안개 부회장님과 한 시절을 하리다.
하산 길, 마음을 비우고 살라며 서걱이는 억새 섶에서 항아대장 원래만고님과 가을바람에 흔들리다.
법보 종찰 해인사 일주문에서 바랑에 짊어진 번뇌마를 내려 놓다.
화엄종 근본 도량 해인사 대적광전 앞에서 마음을 게워내다.
해인사 대적광전 뜰 전경.
시객은 영화 제작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 가을이 다하기전에 마음이 환해지는 예쁜 사랑 영화 한 편을 강추한다.
사랑하다가 죽어 버려라(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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