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어머니와 보릿고개의 실루엣

시인답게 2013. 6. 9. 11:45

어머니와 보릿고개의 실루엣


하필 오늘,
궁핍한 추억이 배달되었다.
뒤란 장맛을 달구던 홍매화
이골이 난 가난에 질 무렵
부고처럼 찾아들던 보릿고개.
치맛귀로 눈물 훔치며
아궁이에 꾸역꾸역 지피던  
어머니의 춘궁이 배달된 날,

하필이면 과체중으로
고혈압. 당뇨를 판정받았다
아직 풀대 죽 맛 알싸한데
애물, 꿈자리가 사나웠을까
시래기. 청국장. 새앙.
산도라지 날로 보낸 뜻,
과한 것이 이제의 보릿고개라.    
보리밭 둔덕 이팝나무 아래

어머님의 치성으로 여태껏,
나의 감잣고개는 견딜만하다 
  
*이팝나무: 4월에 흰 꽃이 취산(聚繖) 꽃차례로 피고
꽃 피는 모습으로 그해 벼농사의 풍흉을 알 수 있다하여
치성을 들이는 신목으로 받들어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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