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망부가 / 김원식
-아버지
한가위 아침 피묵리 새들은 울지 않았다
장선천 소리도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운 내님이여 그리운 내님이여
언제나 오시려나.’
몸이 성치 않아 입춘에 떠난 남편 산소를
처음 찾은 아흔의 뜬금없는 노래는 끝났다
한참을 기다려도 남편의 박수는 없었다
‘이 노랠 부르면 박수를 쳐 주시곤 했다’
5남 1녀는 힘껏 박수치며 엉엉 울었다
살아 다시는 못 올 비석을 부여잡고
어머니 눈물로 바치는 마지막 언약이었다
한 맺힌 백년 사랑을 필사조차 못하는데
그 어떤 사랑의 절절한 비유가
어머니의 망부가보다 더 차가운 그리움일까
끝내, 아버지는 어머니의 기억 속으로
걸어오시지 않았다
‘여보 사랑해요’ 짧은 오열 한 문장이
적막한 산중눈물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 피묵리: 완주군 운주면 심우 이재춘의 두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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