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화석, 詩의 뼈가 되다/ 김원식
내 시 같은 아련한 풍경이 눈을 뜬다
액자 속으로 걸어 든 시가현의 아침은
전주 한옥마을처럼 목가적인 풍경이다
새삼 타국에서 남루한 필력을 들춰본다
49년 동안의 잘못을 오십 나이로 보듯
이녁도 믿음의 길을 나중 알고 나서야
자음뿐인 시편들을 죄다 버렸다
봄이 피고 낙엽이 부르는 유행가처럼
나의 시는 오선지 위를 벗어 난 적이 없었다
위태로운 객기만 부리던 스물다섯의 혀.
그 난삽한 문자들이 시의 덫에 갇혀 있다
지구본 위에 서울 올림픽을 게양 할 무렵
그물을 탈출한 문자 몇 톨이 첫 시집이 되었다
먼지를 털어보니 그가 방황의 최루탄 가스로 쓴
메아리 없는 함성뿐이었다
자식도 되지 못한 詩 한 수 사정해놓고
바지를 추켜 올린 졸작들이,
변두리 유곽 술잔을 치는 분 냄새처럼
고작, 본관도 모르는 서출 같은 오타뿐이었다
심한 주사 같은 시력을 뭉뚱그려 물을 내렸다
깻잎장아찌가 서로 붙어 잘 일어나지 않을 때
밑장을 지그시 눌러 주는 은은한 사람처럼,
나도 은은한 시 한척 띄워 그대에게 닿고 싶다
문자를 행음한 차가운 불꽃같은 내 詩살이.
김순진 시처럼 식후에도 입맛 다시는 그런,
육화된 시로 첫 詩作 종소리를 울리고 싶다.
*김순진 시인의 시집 ‘복어 화석’을 읽고
목가적 풍경. 시작. 깻잎 반찬의 일부 인용.
밑줄 그으며 읽은 시집을 만나 행복했던 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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