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대둔산 사모곡 / 김원식

시인답게 2014. 12. 18. 21:00

 

 

대둔산 사모곡


                           김 원 식

                                 

‘아따, 인자 내 발로는 못 오것 제’

어머니는 구름다리 운무에 기대

먹먹했던 세월을 혼잣말로 삼켰다

어머니의 사계는 가난이었다

풀 대죽을 쑤던 날에도

한문 지식 몇 톨이 전 재산이던 아버지는

외려, 엄마를 타박하곤 했다

눈물 소금으로 세끼 간을 맞추고

등골 휘도록 품을 팔아 사남매를 키웠다

평생 40kg를 넘겨 본 적 없는 생은

고샅길로 허기진 달빛의 손을 끌며

울먹이는 그림자마저 자식들에겐 감췄다

유일한 슬픔의 비상구였다던 나는,

너무 늦게 엄마의 대둔산을 읽는다

살아서는 다시 못 올 것 같다는 말줄임표로

지천명의 가슴에 회한의 사모곡을 새긴다

짐짓 돌아앉은 마천대도 멀리 운다.

 

*마천대 : 전북 완주 대둔산 최고봉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의 망부가 / 김원식  (0) 2015.02.24
무시래기 / 김원식  (0) 2015.01.30
복어 화석, 詩의 뼈가 되다 / 김원식  (0) 2014.10.14
귀천 소풍 / 김원식  (0) 2014.09.23
달맞이 꽃  (0) 2014.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