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래기 / 김원식
뒤안 텃밭 청무는 여섯 식구의 한 철 희망이었다
허청 서까래에서 벌서듯 가난을 말리는 너는 애비를 닮았다
그 많던 논밭뙈기 투전판 담배 연기로 다 날리고
장작불로 푹 삶은 회한의 소금기가 천릿길을 걸어 왔다
자라 등 같은 손으로 동여 보낸 홀아비의 푸석한 반성문
화상당한 추억을 끓이고 또 끓여서 시래깃국으로 속을 푼다
보릿고개 허기가 식탁에 무쳐져있는 날
창문에 걸친 달을 한 입 베어 문 어둠이 눈가를 훔쳐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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