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 김원식
젖몸살을 앓는 자목련 그늘 섬에
부려놓은 마음이 먼지 같은 날
노고지리 울다 간 자리 더는 쓸쓸한 오후
기별도 없이 소싯적 벗이 찾아왔습니다
산 벚꽃 안주 삼아 한 잔술 치다보면
거나해진 석양은 서산마루를 뉘엿거립니다
말없이 어둠을 따라 마시다가
문득, 불콰해진 옛 이름 하나
달무리 진 술잔에 자꾸만 일렁이는데
습관처럼 기약도 없이 다시 길을 잡습니다
'이젠 그리움도 안으로만 이고 살게나'
꽃잎 지는 처음이 허공의 경계이듯
내 그리움의 경계를 타박하는 심우*
기다림조차 향기 나게 살고픈 봄밤입니다
* 심우(深友):애칭 '청계산 시인' 이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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