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출판/공연] <그리운 지청구>김원식 시집 출간

시인답게 2016. 1. 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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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07 15:50
[출판/공연] <그리운 지청구>김원식 시집 출간
 글쓴이 : 양경연기자
 

꽃이 된 시(詩), 그 세상을 향한 헌화

1988년 시집 『꿰맨 글 맞춘 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원식 시인의 신작 시집.

『그리운 지청구』는 한마디로 꽃의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집요하리만큼 꽃을 바라본다. ‘꽃’이라는 관념을 시로 되살려내는 시인의 시선은 다채롭다.


 ‘민들레’는 “세상의 낮은 곳에만/ 하얀 꽃등을 켜는” 꽃으로, “달무리 진 시름 한 조각을/ 삯바느질 중인/ 새벽 한 시의 등잔불”은 ‘달맞이꽃’으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등 굽은 달빛이 물 위에 그린 자화상”은? 이것도 달맞이꽃이다. “삼동에 속곳이 비치도록/ 붉게 우는” 꽃은? 동백이다.


 시인이 시로 피워낸 꽃들은 서정의 문법을 따라 생명력, 자연의 이치, 풍류, 사랑과 그리움 등을 노래하는 한편 아버지와 어머니를, 5월의 광주를, 신앙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내밀한 시선에서 역사의식으로 또 종교로 옮겨가는 꽃의 서사는 연인과 가족과 사회와 시에 바쳐지는 헌화에 다름 아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꽃을 감상할 줄 안다. 이때 꽃을 꿈이나 아름다움으로 바꿔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꽃이 된 시들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펼쳐진 시집의 꽃향기가 짙다

책 속으로

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

오메, 징한 것
세곡동 사거리에 꽃마을이 있는데요
백목련 자목련은 속곳 벗고 허공에 들었고요
개나리 진달래는 하필 능 섶에 늘펀히 있다요
아따, 그뿐 아니고요
홍매화 살구꽃은 앞니 훤한 어르신 뜰 앞에서
홍홍홍 웃음을 참느라 키득대고요
첫 햇살로 세안한 연초록의 구애에 나는,
이내 자결한 향기처럼 길을 잃고 말았는데요

인생사 일장춘몽, 연신 혀를 차시던 할매
화무십일홍, 흰머리 소년과 바람이 나서는
이 잡것들아 거시기
그래도 봄날, 꽃 사태는 보고 살라 딴청이네요
근디 이건 또 머라요
산모롱이 저 함초롬한 꽃다지며 민들레꽃
해필 개나리 앞을 까치발로 서성대는 이유며,
자목련 그늘 아래 제 자태를 뽐내던 제비꽃
뒷감당 어쩌려고 색깔로 견주자 깐죽대는지요

이렇게 대책 없는 봄날,
영산홍 치마폭을 한사코 들추던 지빠귀들이
봄날의 금침 속으로 날아간 뒤, 저마저
춘정을 끌어 덮고 작심하고 누워버렸지요
인자는 님도 몰라요
행여, 제가 그립다면 사월의 사거리로 오셔서
한 열흘 곁에 누워 그냥, 꽃 이름도 묻지 마세요
바람의 손으로 꽃잎을 내리는 날까지
꽃동산 난장 아래 사랑도 詩도 잠시 내려놓자고요

지은이 김원식
1962년 전북 완주 대둔산 자락에서 태어나 1988년 시집 『꿰맨 글 맞춘 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한국예술인총연합회 특선시인으로 선정되었고, 제12회, 제13회 천상병 문학제 대회장을 역임했다. (주)MBC S.R 프로덕션과 (주)S.J필름&엔터테인먼트 대표로 ‘핑클 3D MV’를 제작했으며, 영화 [사마리아]를 기획 제54회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白愛낭송시집 Ⅰ, Ⅱ』 『주간 덤과 거스름』이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4회 천상병 문학제 [귀천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운 지청구 |지은이 김원식 |값9,000원 |문학의 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