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
오메, 징한 것
세곡동 사거리에 꽃마을이 있는데요
백목련 자목련은 속곳 벗고 허공에 들었고요
개나리 진달래는 하필 능 섶에 늘펀히 있다요
아따, 그뿐 아니고요
홍매화 살구꽃은 앞니 훤한 어르신 뜰 앞에서
홍홍홍 웃음을 참느라 키득대고요
첫 햇살로 세안한 연초록의 구애에 나는,
이내 자결한 향기처럼 길을 잃고 말았는데요
인생사 일장춘몽, 연신 혀를 차시던 할매
화무십일홍, 흰머리 소년과 바람이 나서는
이 잡것들아 거시기
그래도 봄날, 꽃 사태는 보고 살라 딴청이네요
근디 이건 ... 더보기
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
오메, 징한 것
세곡동 사거리에 꽃마을이 있는데요
백목련 자목련은 속곳 벗고 허공에 들었고요
개나리 진달래는 하필 능 섶에 늘펀히 있다요
아따, 그뿐 아니고요
홍매화 살구꽃은 앞니 훤한 어르신 뜰 앞에서
홍홍홍 웃음을 참느라 키득대고요
첫 햇살로 세안한 연초록의 구애에 나는,
이내 자결한 향기처럼 길을 잃고 말았는데요
인생사 일장춘몽, 연신 혀를 차시던 할매
화무십일홍, 흰머리 소년과 바람이 나서는
이 잡것들아 거시기
그래도 봄날, 꽃 사태는 보고 살라 딴청이네요
근디 이건 또 머라요
산모롱이 저 함초롬한 꽃다지며 민들레꽃
해필 개나리 앞을 까치발로 서성대는 이유며,
자목련 그늘 아래 제 자태를 뽐내던 제비꽃
뒷감당 어쩌려고 색깔로 견주자 깐죽대는지요
이렇게 대책 없는 봄날,
영산홍 치마폭을 한사코 들추던 지빠귀들이
봄날의 금침 속으로 날아간 뒤, 저마저
춘정을 끌어 덮고 작심하고 누워버렸지요
인자는 님도 몰라요
행여, 제가 그립다면 사월의 사거리로 오셔서
한 열흘 곁에 누워 그냥, 꽃 이름도 묻지 마세요
바람의 손으로 꽃잎을 내리는 날까지
꽃동산 난장 아래 사랑도 詩도 잠시 내려놓자고요
지은이 김원식
1962년 전북 완주 대둔산 자락에서 태어나 1988년 시집 『꿰맨 글 맞춘 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한국예술인총연합회 특선시인으로 선정되었고, 제12회, 제13회 천상병 문학제 대회장을 역임했다. (주)MBC S.R 프로덕션과 (주)S.J필름&엔터테인먼트 대표로 ‘핑클 3D MV’를 제작했으며, 영화 [사마리아]를 기획 제54회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白愛낭송시집 Ⅰ, Ⅱ』 『주간 덤과 거스름』이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4회 천상병 문학제 [귀천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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