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잡목雜木

시인답게 2006. 8. 3. 18:34

 

잡목 雜木


 

매양 바윗골,

벼랑 끝에 외발로 서서

이마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골절 당한 뿌리로

평생, 바위틈을 헤집다가

차가운 심장에 잎이 돋던 날

뒤틀린 잡목임을 알았다

호젓한 산길 우두망찰,

절벽 아래 시름을 놓는데

얼키설키 얽힌 핏기가 보였다

잔뿌리 실핏줄 속을 흐르며

천년바위를 다잡는 저 악력.

드러내지 않는 절개節槪

음지의 절개切開를 메우는

대가없는 고단한 노동이구나

이름모를 잡목雜木앞에서

세상의 잡목嘁木이 된 나,

어둠에 갇혀 함부로 길을 놓았다

 

* 雜 - 섞일 잡, - 부끄러울 잡

 

06년 8월 3일 백애 김 원 식